“남녀 양성 배제 받지 않을 때 조화로운 교회 될 것”

대한성공회 여성성직자회장 민숙희 사제

“남녀 양성 배제 받지 않을 때 조화로운 교회 될 것” 기사의 사진
대한성공회 여성성직자회장인 민숙희 송산교회 신부가 지난 3일 서울 중구 성공회주교좌성당 앞에서 기도서를 든 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다양성 속에 조화를 찾는 일, 성공회가 중시하는 ‘비아 메디아(via media·중용)’의 정신이다. 대한성공회는 이 정신에 따라 여성 사제 서품을 하고 있지만, 그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2001년 4월 대한성공회 최초의 여성 사제가 서품을 받았고 현재 여성 사제의 수는 수녀 사제 2명을 포함해 20명이다.

서울 중구 성공회주교좌성당(주임사제 주성식)에서 지난 3일 만난 민숙희 사제는 성공회 여성성직자회장과 양성평등국장을 맡고 있다. 그는 오는 4월 여성성직후원회를 발족해 다가올 여성 사제 서품 20주년을 준비하고 여성 성직자의 선교적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 여성 사제의 사목 능력 확대를 통해 교회의 균형을 맞추고 약자를 돌보는 선교적 역할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 사제는 여성성직후원회가 여성들만의 조직이 아니라고 말한다. 고 김진만 성공회대 교수는 남성이었지만 ‘성공회 내에 여성 성직을 실현해야 할 시대가 됐다’며 지인들과 성공회 ‘젊은 여성 모임’ 회원들을 모아 1998년 후원회를 만들었다. 남녀를 불문한 80여명의 후원회원이 모여 여성 성직 서품을 허락해달라는 요청을 주교에게 했다. 성공회대에서는 1000여명이 여성 사제 서품을 위한 서명에 참여했다. 그 결과 2001년 민병옥 부제가 사제 서품을 받으면서 후원회는 자연스레 해체됐다.

그전에는 여성으로선 목회를 생각할 수 없었다고 한다. 유명희 기장교회 사제는 1989년 당시 천신신학교(현 성공회대 신학대학원)를 졸업하며 성직고시 수석을 차지했지만 ‘판정 보류’를 받고 2004년 서품을 받기까지 15년을 기다려야 했다. 민 사제는 “88학번인 내가 성공회대 신학과에 다닐 때만 해도 여성 사제가 되는 것은 생각도 못 했다”며 “한국교회의 균형 잡힌 선교를 바라는 이들의 노력이 오늘날의 여성 사제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사제의 수가 늘어나면서 선교적 지평은 넓어졌다. 민 사제는 스스로 인천 강화군 민통선 부근에 있는 송산교회에서 관할 사제로 교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민 사제는 “여성 사제들은 약자의 아픔에 공감하며 위안을 잘 주는 편인 것 같다”며 “미적으로도 섬세해 전례 등을 깊이 있게 연출하곤 한다”고 말했다.

민 사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여성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몇몇 교단이 여성 목사 안수를 하지 않는 데 대해 “성도들이 한쪽 성으로부터만 신앙의 말씀을 듣는다면 균형 있고 조화로운 사고가 힘들 수 있다”며 “여성과 남성, 양쪽이 배제 받지 않을 때 조화로운 교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 목사 안수가 이뤄지면 그 후의 과제는 그들의 선교적 역량을 넓히는 일이다. 민 사제는 “여성 사제 서품 20년 후의 20년은 여성 목회자로서 더욱 적극적으로 선교적 비전을 갖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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