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타고 재활 치료… “끌었던 다리로 이젠 걸을 수 있어요” 기사의 사진
한 화상 환자가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에서 보행보조로봇 ‘슈바’를 활용해 하지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다리 근력·속도·자세 등 맞춰 보행 도와 데이터 프로그램에 자동 저장 원격 운전

하루 30~40분 진행… 치료 효율성 높여 “6개월내 환자 혼자 걷는 게 최종 목표”


지난해 4월 여느 때처럼 직장에서 근무 중이던 최모(32·경기 파주)씨는 하루 아침에 화상 환자가 됐다. 사내 변전실 앞을 지나다가 때마침 내부에서 발생한 사고 탓에 전기 화상을 입은 것이다. 전신의 40% 이상이 3~4도의 중증 화상을 입었다. 전기가 척추를 타고 중추신경을 지나 다리를 통한 탓에 하반신마비까지 왔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에서 응급처치와 수술을 끝낸 최씨는 사고 두달이 지난 후 다리신경이 어느 정도 돌아와 약간이나마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최씨는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물리치료와 체외충격파(외부 장비로 충격을 줘 신경자극 치료)를 받으며 재활에 몰두했지만 혼자서 움직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움직일 때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발이 안쪽으로 무너지며 바른 자세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주치의로부터 로봇재활치료를 추천받았다. 로봇이 다리 근력과 보행 속도, 자세 등에 맞춰 보행을 도와줌으로써 재활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최씨는 1주일에 5회씩 보행보조로봇 ‘슈바(SUBAR)’를 타며 재활했다. 그는 “로봇이 바른 자세를 정확히 잡아준 상태에서 걸을 수 있게 도와줘 자세를 교정하고 균형감각을 기르는데 매우 유용하다. 아울러 바른 보행 방법을 익히기도 수월하다”며 만족해했다. 약 3주간 로봇재활치료를 받은 최씨는 현재 보행 보조기구를 착용한 상태로 30분 이상 걸을 수 있게 됐다.

슈바는 지난해 11월부터 한강성심병원과 국립재활원, 중앙대병원이 도입한 지능형 하지재활 보행보조로봇이다. 뇌졸중에 의한 한쪽다리 마비, 파킨슨병 및 척수손상에 따른 하반신마비 환자 등의 재활을 위해 개발됐다.

한강성심병원은 화상치료 전문기관의 특성을 살려 이를 화상 환자의 재활치료에 활용키로 했다. 화상 환자 대상 로봇재활치료는 국·내외를 통틀어 최초의 시도다.

화상 때문에 걷기 어려웠던 환자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어 일상생활 복귀를 앞당길 수 있다.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신관2층 로봇재활치료실. 화상 환자인 김모(56)씨가 슈바를 활용해 재활치료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자동차부품회사 수리기사인 김씨는 지난해 1월 지방에 출장가서 작업용리프트를 수리하다 2만2000볼트 전기에 감전됐다. 전기가 왼쪽 팔로 들어가 오른쪽 팔을 통과해 양쪽 무릎으로 나갔다. 화상이 심해 결국 양쪽 팔은 잘라야 했고 양쪽 다리도 수술받았다. 주치의 추천으로 슈바를 활용한 하지 재활치료를 받기로 했다.

슈바는 다리를 받쳐주는 외골격과 보행을 돕는 운전장치로 구성돼 있다. 환자가 외골격을 다리에 착용하고 로봇의 힘을 빌려 걷는 방식이다.

박찬호 물리치료사가 김씨의 엉덩이관절 부위에서 무릎, 무릎에서 발까지 길이를 재서 그에 맞게 슈바의 다리 외골격을 조정했다. 다리 길이에 따라 보행 패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어 김씨의 양쪽 다리를 슈바의 외골격에 끼우고 엉덩이를 단단히 고정했다. 보행 속도(1~5단계)와 무릎 각도(1~5단계)도 김씨의 체격과 건강상태에 맞춰 조정됐다. 이 모든 데이터는 태블릿PC에 설치된 프로그램에 자동 저장되고 운전은 원격으로 이뤄졌다.

김씨는 “처음엔 20분 정도 하니 힘들었는데 지금은 다리에 힘이 생기고 견딜만해졌다”고 했다. 또 “로봇재활 시작 전에는 무릎을 구부릴 수 없어 다리를 끌고 걸어야 했는데 지금은 발을 바닥에서 떼고 다리를 끌지 않고 걸음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불편하긴 하지만 계단 1개층 오르기도 가능해졌다고 한다.

이곳에선 슈바 도입 후 지금까지 10명의 화상 환자가 하지 재활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 1명 당 하루 30~40분씩 진행된다. 로봇재활치료실 안에서 혹은 복도를 이동하며 이뤄진다. 정보행과 역보행, 제자리보행 등 3가지 방식이 가능하다.

화상 환자는 흉터 탓에 피부와 관절이 오그라들어 무릎을 펴거나 제대로 걸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활동량이 줄어 심폐기능 약화, 근력 감소증이 야기되고 사회 복귀가 늦어져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화상 환자에게 재활 훈련을 통한 운동 기능과 균형 능력 향상은 수술 치료 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화상 환자의 상당수는 재활 치료를 기피하거나 부담스럽게 여긴다. 재활 훈련을 하면 움직이지 않는 근육 등에 힘을 줘서 움직여야 하므로 통증이나 외상성 스트레스가 크다. 또 화상 전용 재활 장비나 화상 부위 및 형태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이 없어 환자 불편이 따른다. 대부분의 일반 재활 프로그램은 지루하고 수동적인 반복 동작으로 구성돼 참여율을 떨어뜨린다. 이런 탓에 기존 재활 방식은 치료 효과와 효율성이 낮고 치료 기간을 단축하기 어려웠다.

한강성심병원 재활의학과 주소영 교수는 7일 “로봇재활치료를 이용하면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형 재활치료가 가능해 통증이나 스트레스가 크게 줄어든다. 또 환자들이 즐겁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할 수 있고 효과도 높일 수 있으며 빠른 사회 복귀를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화상으로 통증 조절이 힘들거나 화상 부위 피부가 다 덮이지 않은 환자는 슈바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고 주 교수는 말했다. 그는 “화상 환자의 로봇재활치료는 6개월 안에 독립보행, 즉 보조없이 혼자서 걸을 수 있게 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보건복지부는 향후 3년간 한강성심병원과 국립재활원, 중앙대병원에 무상 대여한 하지재활로봇의 임상연구 데이터를 모아 치료 효과와 개선점 등을 분석한 뒤 상용화에 들어갈 계획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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