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손창호] 정신과 환자 인권 보호와 치료받을 권리 기사의 사진
정신의학은 환자의 의지에 반해 치료를 강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의학으로 입원을 포함한 강제적인 치료는 전 세계에서 예외 없이 허용되고 있다. 정신질환 특성상 개인의 이성적 판단이 일시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호는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라는 적극적인 의미로 해석돼야 초기 치료가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친형에 대한 행정입원 시도를 둘러싼 이재명 경기도지사 재판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입장에서 주목할 만하다.

2001년 대법원은 정신과 전문의가 정신질환자를 직접 대면진단하기 전에 가족이 강제로 병원에 데려가는 것을 불법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대신에 환자가 진단 과정에 응하지 않으면 정신보건법 25조의 시도지사에 의한 행정입원이나 경찰에 연락해 응급입원을 하는 제도를 이용하라고 권고했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대법원에서 권했던 행정입원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게 사달이 난 것 같다. 정신보건법에서는 ‘정신질환으로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발견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또는 정신보건 전문요원은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진단 및 보호를 신청할 수 있고, 신청을 받은 시장·군수·구청장은 즉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진단을 의뢰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 규정에서 의심되는 자를 발견한 것이 직접 대면을 뜻한다면 이것은 다시 ‘대면진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행정입원제도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때도 사전 대면진단이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법도 있고 대법원 판례도 있지만 그대로 하는 것이 또 다시 불법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만 공무원 사회에 일으켰다. 결국 이 지사의 형에 대한 강제적인 진단 시도는 무위로 끝났다.

정신질환자 인권 보장은 당연하다. 정신질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정신의료기관과 의사가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환자를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조차 어려운 환경에선 조기 치료는 고사하고 외국처럼 노숙인과 수감자만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정신질환자의 정신의료기관 접근은 쉽게 하되 진단과 치료 과정에 대한 철저한 사후 검증과 관리를 엄정히 하고, 입원의 장기화나 만성화를 줄이기 위해 지역사회 정신재활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길이다.

손창호 나눔정신의학과의원원장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