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남도영] ‘리버럴’ 유시민의 불출마 기사의 사진
장관 유시민은 꽤 괜찮았던 모양이다. 그는 노무현정부 후반기인 2006년 2월부터 2007년 5월까지 1년3개월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함께 근무했던 공무원 A씨는 “인기 많은 장관이었다”고 말했다. 유시민 장관은 판단력이 뛰어났고 결정이 빨랐다. A씨는 “공무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관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장관”이라며 “유 장관은 판단력이 뛰어났고, 어떤 보고나 현안도 명쾌하게 이해하고 정리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작가 유시민은 베스트셀러 작가다. 20여 권의 책을 냈는데, 나오는 책마다 화제고 베스트셀러다. 가끔 들르는 교보문고에서 유 작가의 책 3권이 동시에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걸려 있는 걸 본 적도 있다. 국가와 역사, 헌법 등에 관한 유 작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들도 있다지만, 작가 유시민만큼 독자층을 확보한 저자를 찾아보긴 쉽지 않다.

방송인 유시민은 상한가다. 토론도 잘하고 아는 것도 많고 무엇보다 설명이 쉽다. 신년토론에도 나오고 예능에도 나오고 개표방송에도 나왔다. 강연회는 물론이고, 요즘에는 화제의 유튜브 방송까지 시작했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갖춘 드문 인물이라 할 만하다. 많은 이들이 ‘신(身)’에서 부정적인데, ‘공작의 관상’이라고 치켜세우는 사람도 있다.

이제 관심은 정치인 유시민이다. 유시민은 지난해 10월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됐고, 새해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했다. 유시민 대망론이 등장한 배경을 놓고 여러 분석이 있다. 친노·친문 세력의 잠재후보들이 상처를 많이 입자, 대안으로 등장했다는 설이 있다. 유 이사장은 ‘썰전’ ‘알쓸신잡’등 방송을 통해 대중적인 지명도와 호감도까지 갖췄다. 눈이 갈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보수진영이 정치공학적으로 유시민을 띄우고 있다는 음모론에 호남 출신 이낙연 총리에 맞서는 영남 진보진영의 대안이라는 해석까지 등장했다.

작가 유시민, 방송인 유시민에게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데, 정치인 유시민에게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꽤 있다. 유시민 이사장은 개혁국민정당을 시작으로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국민참여당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등 스펙트럼이 다양한 정당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욕도 많이 먹었으며, 함께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도 많이 줬다. 패배의 경험도 많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이해찬 후보에게 양보했고, 2008년 18대 총선에도 낙선했다. 2010년 5회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참여당 후보로 경기지사 선거에 나서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7일 유튜브 팟캐스트 ‘고칠레오’에서 “정치로 잘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남들이 인정해 준 것도 아니었고, 제가 행복한 것도 아니었다”고 10여 년의 정치인 생활을 정리했다. 그의 본심일 것이다.

유 이사장은 스스로를 ‘리버럴(자유주의자)’이라고 말해 왔다. “리버럴은 국가 또는 사회의 선택보다 개인의 선택을 우선 존중한다”는 게 그가 내린 리버럴의 정의다. 그는 유튜브 방송에서 “저는 정치인이 아니며 선거에 나가기도 싫다”며 “내 삶의 선택을 존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심은 확고하며, 그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게 좋을 듯하다. 정치인 유시민보다 작가 유시민, 지식인 유시민이 더 뛰어난 성과를 보인 것도 사실인 듯하다.

다만 미래를 누가 알겠는가. 유시민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지인들에게 “이제 어구(漁具)나 만지며 살겠다. 앞으로 나에게 물 들어올 일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유 이사장은 ‘고칠레오’에서 4년 뒤 모습을 묻는 말에 “낚시터에 앉아 있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하는 말처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We’ll see what happens)”.

남도영 디지털뉴스센터장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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