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셀 밟는 트럼프 “회담 개최가 우선”, 브레이크 잡는 참모들 “의제 합의 먼저” 기사의 사진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과 참모들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려고 하고, 참모들은 브레이크를 잡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서두르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참모들은 속도 조절을 건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는 9일(현지시간)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개최가 우선’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참모들은 북한과의 ‘의제 합의가 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협상의 달인’이라고 믿으면서 일단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만 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의미 있는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 같다”면서 “그런 자신감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하지만 백악관과 국무부 참모들은 사전 조율 없이 덜컥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가 빈손으로 끝나는 상황을 우려한다”며 “참모들은 정상회담에 앞서 물밑 대화를 통해 비핵화 의제에 대한 합의가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속도 조절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참모는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기로는 ‘2월 말~3월 초’가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뜻을 밀어붙일 경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속도를 내겠지만, 참모들의 설득을 받아들일 경우 개최가 늦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제 관심은 2차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북·미 간 사전준비 회담이 언제 열릴지에 집중된다. 북·미 대화의 책임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일정은 사전준비 회담 개최 시기를 추측할 수 있는 단초다. 폼페이오 장관은 15일까지 요르단·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를 방문한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해 22∼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를 고려하면, 이달 16~21일과 26일 이후라는 두 시점에 폼페이오 장관의 일정에 여유가 있다. 이 기간에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사이에 고위급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깜짝 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선을 고려할 때 폼페이오 장관이 중동 순방을 마치고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올 경우 폼페이오 장관이 중동 순방 일정을 단축하거나 다보스포럼 참석을 취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폼페이오 장관의 빡빡한 일정 때문에 고위급회담은 뒤로 미루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간의 북·미 실무협상이 먼저 열릴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윤제 주미대사는 워싱턴에서 열린 허드슨연구소포럼에 참석해 북·미 관계를 달리는 열차에 비유하며 2차 정상회담 개최를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조 대사는 “열차는 이미 달리기 시작했고, 아무도 그 기차에서 뛰어내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4차 방중은 2차 회담에 상당히 좋은 신호”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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