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자회견 팩트 체크] 기업·가계 낙수효과 끝났다 ○… 가계 실질소득 증가 △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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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문재인(얼굴) 대통령의 경제 인식은 ‘어렵다’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문 대통령은 최근 악화되고 있는 고용·생산·분배 지표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정치권 등에서 제기한 ‘경제 위기론’에 맞서 방어에 급급했던 집권 초기와 달라진 모습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의 대부분을 저성장 극복을 위한 산업구조 개혁으로 채웠다. 다만 문 대통령의 경제 인식을 하나씩 뜯어보면 ‘그림자’를 빼고 ‘빛’만 부각한 측면이 있다. 때문에 큰 틀에선 균형을 잡았지만 디테일에서 무게추가 기울어진 모양새를 보인다.

우선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우리는 사상 최초로 수출 6000억 달러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맞다. 하지만 ‘수출의 질(質)’을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수출은 반도체가 나 홀로 끌어갔다. 그나마 연말로 갈수록 반도체 경기가 둔화되면서 수출 상승세는 꺾였다.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출액은 27개월 만에 전년 동월 대비로 감소했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11월 경상수지 흑자폭은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과 가계 간 낙수효과는 끝났다”는 지적도 맞는 말이다. 기업의 이익이 느는 동안 가계의 소득은 정체되면서 양극화의 골이 깊어졌다. 대신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를 평가하는 대목은 아쉽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전반적인 가계 실질소득을 늘리고 의료, 보육, 통신 등 필수 생계비를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문 대통령 말처럼 전체 가구의 실질소득은 2017년 4분기 이후 전년 대비 증가 흐름을 보인다.

그러나 속살을 봐야 한다. 실질소득 증가의 수혜는 고소득층에게 집중됐다. 저소득층인 1분위(소득 하위 20%) 소득이 7% 감소하는 사이 고소득층인 5분위(소득 상위 20%) 소득은 8.8% 뛰었다. 소득 격차를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의 5분위 배율’은 5.52배로 11년 만에 가장 커졌다. 필수 생계비가 줄어 상대적으로 소득이 늘었다는 부분도 숫자를 보면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1년 전보다 9400원 느는 데 그쳤다. 3분기를 기준으로 2009년 이후 9년 만에 증가폭이 가장 작았다.

일자리에서도 명암(明暗)이 있다. 문 대통령은 “상용직 일자리가 증가하고, 고용보험 가입자가 대폭 늘었으며 청년고용률은 사상 최고일 정도로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사실이다. 지난해 상용직 근로자는 전년보다 34만5000명 증가했다. 다만 2016년(34만6000명), 2017년(36만6000명)과 비교하면 증가세는 둔화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총 취업자 증가폭이 9만7000명에 불과하면서 금융위기 수준으로 줄어든 점, 취약계층 일자리인 임시·일용직이 1년 새 19만5000개 사라진 점을 거론하지 않았다.

고용보험 발언도 비슷한 양상이다. 사업주는 근로자를 채용할 때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하지만 보험료 부담으로 외면하는 사례가 잦다. 지난해 12월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 증가폭은 6년2개월 만에 가장 컸다. 그런데 같은 달 제조업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전년 대비 증가세가 8개월 만에 꺾였다. 서비스업도 최저임금 인상 타격으로 일자리안정자금을 받기 위해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업주가 있었다. 대폭 늘었다는 숫자만 봐서는 안 되는 대목이다. 청년고용률이 높은 것도 맞지만 인구구조 변화와 공무원 증원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

여기에다 ‘사회 안전망’ 강화 발언은 실효성 논란을 품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을 인상하고, 아동수당을 도입했다”고 강조했지만 수혜가 저소득층에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의 지원금을 나타내는 이전소득은 1, 2분위(소득 하위 40%) 가구보다 3, 4분위(소득 상위 40%) 가구에서 더 증가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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