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檢 포토라인 설까… 오늘 대법원 회견 강행 ‘충돌’ 예상 기사의 사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소환조사를 하루 앞둔 10일 사진기자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설 자리를 노란색 테이프로 표시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출석 전 이곳에서 약 400m 떨어진 대법원 정문 앞에서 사법농단 의혹에 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김지훈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전직 대법원장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다. 그는 조사에 앞서 오전 9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10일 대법원에 통보했다. 법원 노조는 이 회견을 막기 위해 노조원들에게 소집령을 내려 충돌이 예상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양승태가 서야 할 곳은 검찰 피의자 포토라인”이라며 “법원노조는 양승태가 법원 내 적폐세력을 결집시켜 자신들의 재판에 개입하려는 마지막 도발을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승태는 피의자 신분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대법원에서 하겠다는 것”이라며 “사법농단 몸통 양승태의 오만이 극치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법원노조는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전국 노조 간부들에게 소집령을 내렸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오전 9시30분으로 예정된 검찰 출석에 앞서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대한 소회 및 소환 조사에 대한 입장 등을 대법원에서 밝히겠다는 방침을 이날 확정했다. 법원노조, 진보·보수 시민단체들의 집회가 주변에서 예정돼 있어 충돌이 예상되지만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사법농단시국회의, 애국시민연합, 애국문화협회 등 세 단체가 집회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당초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정문 안 로비에서 회견을 하려했다. 다만 대법원 측이 진입에 난색을 표해 회견은 결국 청사 밖 정문 앞에서 이뤄진다. 회견장 경호는 경찰이 일단 맡기로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회견 뒤 차량을 통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회견 내용은 범죄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회견’을 결정한 데에는 검찰 포토라인에 멈춰 서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은 항상 검찰을 ‘한 급 아래’로 낮춰보는 경향이 있었다”며 “대법원장까지 했으니 검찰청 앞에서 수모를 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현직 판사는 “판사 입장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앞에서 회견을 하는 게 좀 더 모양새가 낫기는 하다”고 말했다.

‘대법원 회견’이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거부감을 느낀 판사들을 규합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도 있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을 기소하더라도 결국 범죄 여부를 확정하는 것은 법원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 회견으로 판사들의 감정에 호소하겠다는 전략”이라며 “향후 법원 판단에 영향을 주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소장 판사는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는 생각을 하는 젊은 판사들이 적지 않다”며 “비교적 보수적인 부장판사 이상 급은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류영재(36 연수원 40기) 춘천지방법원 판사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양 전 대법원장은 도대체 어디까지 우리들에게 치욕을 안기실건가”라며 “자신에 대한 재판을 할 법원 내에서 의견을 내다니 어느 피의자가 그럴 수 있는가”라고 공개 비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