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일찍 든 아이들”, 탈북학생 방학캠프에서 만난 아이들 기사의 사진
한정준(가명·15)군은 지난해 무단결석 1번, 무단지각 11번을 했다. 1학년 때 결석과 지각은 셀 수 없을 정도다. 2004년 한군의 엄마는 생후 100일이 안 된 아들을 데리고 북한에서 한국으로 건너왔다. 돈벌이가 막막했던 탓에 한군은 탈북학생 기숙학교에서 초등학생 시절을 보냈고, 중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자취 생활을 했다. 아침에 깨워줄 사람이 없는 한군은 알람을 듣지 못하고 늦잠을 자기 일쑤였다.

한군이 크게 엇나가지 않도록 도와준 건 탈북학생 캠프에서 만난 선생님들이었다. 노래를 잘하는 한군은 캠프에서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지만 출결과 내신이 걱정된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격려에 용기를 내 방학 시간표를 짜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달 기말고사에서 평균점수를 20점 올렸고, 국어는 88점을 받았다. 한군은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며 웃었다.

서울시교육청이 2007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탈북학생 학습진로멘토링 방학캠프는 한군 같은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탈북학생 대다수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입시 정보 싸움에서 소외되고 사교육도 받지 못한다. 캠프는 그런 학생들에게 일대일 교과지도와 진로·심리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경기도 양평의 한 수련원에서 진행된 3박4일 캠프에는 90여명이 참여했다. 국민일보는 캠프가 막바지에 접어든 지난 9일 이곳을 찾았다.

오랫동안 캠프에 참여해온 교사들은 “이곳은 선생님보다 학생들 열기가 더 뜨겁다”고 입을 모은다. 한상훈 구로중 교사는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온 아이들이 많다 보니 다들 일찍 철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학 과목을 가장 좋아하는 김지훈(가명·12)군은 선생님들 사이에서 유명할 정도다. 최근 집안 사정으로 수학 학원을 그만둬야 했던 김군은 캠프 전에 스스로 새 학기 3단원까지 예습해 왔다고 한다. 김군은 “혼자 공부할 때 궁금했던 것들을 선생님한테 물어보니까 좋다”며 “다음 학기에도 수학 성적은 꼭 잘 받고 싶다”고 말했다.

캠프는 탈북학생들이 사회의 편견에 외로웠던 마음을 위로받는 곳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캠프에 오면 공기가 좀 더 가벼워지는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고 한다. 이민경(가명·15)양은 “학교에서는 아무래도 반 친구들이랑 친하게 지내기가 어렵다”며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캠프에 왔는데 여기서는 친구가 많다”고 말했다.

썰매를 타고 농구를 하며 뛰놀던 학생들이 꿈에 대해 묻자 모두 진지해졌다. 아직 초등학생인 김군의 꿈은 과학수사대원이 돼서 통일 뒤 북한에 있는 외삼촌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한군은 힘들게 탈북한 엄마를 위해 멋진 가수가 되고 싶어 한다. 12년째 캠프에 개근해 왔다는 김주익 세화여중 교사는 “상처가 많지만 그만큼 꿈도 큰 아이들”이라고 전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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