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조준모] 최저임금, 승리자는 배달앱 기사의 사진
치킨, 햄버거 등 자영업 매장에 들어서면 주문 및 결제 기능을 제공하는 키오스크가 아르바이트 근로자를 대신해 자리 잡고 있다. 키오스크 구입비가 400만~600만원 정도이니 알바 인건비에 비하면 훨씬 싸다. O2O(On-to-Off) 플랫폼 사업인 배달앱도 확대돼 배민(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춘추전국시대를 이루고 있다. 배달앱 주문은 4년 동안 10배 이상 증가했고 종사자는 6만명으로 추산된다. 중국 자본이 소유하고 있는 배민은 1년 만에 기업가치가 7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뛰었다. 키오스크와 배달앱이 확대된 건 지난 2년간 29%나 인상되고 주휴일까지 산정시간에 포함돼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에 기인한다. 자영업자들이 배달앱에 가입하고 광고비용과 배달대행료를 지불하면 남는 것은 최저임금 수준의 소득이다. 자영업자들은 늑대(최저임금)를 피하려다 호랑이(배달앱)를 만난 격이 됐다. 알바 근로자들도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주15시간 미만 일자리만 늘어나서 여러 개의 알바를 해야 하는 메뚜기 근로(job-hopping)가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자영업자와 배달앱 사이에는 라이더(배달원)들이 있다. 배달주문이 가장 많은 서울 강남구 배달원은 하루 145건의 배달기록을 찍기도 한다. 배달료는 기본 3000~3800원에 아파트, 눈비 할증이 있어서 제법 일하면 한 달 400만원은 벌 수 있다. 하지만 영세 배달앱의 경우 무보험이 많아 사고라도 나면 속수무책이다.

자영업 포화상태는 산업 및 고용정책을 통해 구조개선을 해야지, 최저임금 인상으로 하는 정책은 사회갈등만 유발한다. 자영업이 취업인구의 4분의 1이나 차지하고 이들을 흡수할 일자리 상황도 최악인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최저임금도 못 주면 망하는 게 낫다’ ‘최저임금의 일자리 파괴는 단정할 수 없다’는 관변 관념론자들의 주장은 국민의 공분을 자아낸다. 정부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임대료 인상 억제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영업하는 상가에선 폐업 때문에 임대료를 동결하는 상황이라서 먼 나라 얘기이고, 카드 수수료 인하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제로페이 정책은 손님제로의 정책이라고 자영업자들은 푸념한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산입되는 수당 및 시간 범위를 법령으로 조정한 것은 복잡한 임금체계를 누더기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많다. 최저임금 인상에 앞서, 임금체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임금과 근로시간 규제를 개혁했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플랫폼 사업에 대한 공정거래위의 시장감시 기능이 뒤처져 있는 사이 배달앱 이용비용이 자영업 온라인 매출의 20~30%에 이르게 되었고, 메이저 플랫폼 사업자들은 대박을 치고 외국자본 투자는 집중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의 순환과정을 거쳐 을(乙)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숨은 갑(甲)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 현실이 소득주도성장이 의도하는 ‘더불어 잘 사는 경제’인지 ‘혁신적 포용국가’인지 반문하게 된다.

지난주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바꾼다며 초안을 발표했다. 비과학적으로 급격히 올려버린 최저임금 부작용이 부담스러우니 이제 속도를 조절하자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내용을 보면 사전에 인상률의 구간제약을 두고 고용, 기업 지불능력과 경제성장률도 추가로 고려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의 문제는 결정구조가 아니라 최저임금 1만원의 공약 달성을 위해 정치 편향적으로 공익위원 인선을 한 정부가 문제였다. 차라리 “향후 저임금 노동시장에 피해를 주는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자제하겠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공익위원 인선에 있어 전문적이고 중립적인 원칙을 관철하겠다”고 솔직히 표명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그리고 공정하게” 하기 위해 이원화된 결정구조로 변경하겠다는 수사적인 설명보다는 훨씬 더 책임정부의 모습에 가깝다. 이제부터라도 최저임금 인상은 자제하고, 주휴수당과 같은 시대착오적 임금규제 및 경직적 근로시간규제를 개혁하며, 플랫폼 사업의 건강한 생태계 구축을 비롯한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진정으로 을(乙)을 위하는 선결과제에 정부의 정책역량을 집중하길 바란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