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교회 가기 겁나요”

“교회 내 공기정화 시설 미비 자녀 걱정돼 집에서 온라인 예배”

“미세먼지… 교회 가기 겁나요” 기사의 사진
이틀 연속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14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 앞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아이와 교회 가야 하는데 휴대전화에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으로 뜹니다. 이렇게 (공기가) 안 좋은 날에 다들 교회 가시나요. 교회는 미세먼지 관리가 제대로 안 됩니다.”

주일이자 고농도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렸던 13일 오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올해 처음으로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 날이었다. 해당 글에는 ‘건물에 미세먼지를 거르는 공조시스템이 안 돼 있으면 실내나 실외나 똑같다’ ‘교회에 안 가 마음이 불편했지만, 미세먼지가 워낙 심각해 아이를 보내지 않았다’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미세먼지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몇 년 전부터 인터넷 맘 카페에는 이와 비슷한 내용이 담긴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미세먼지에 취약한 어린 자녀의 건강이 걱정돼 아예 집에서 온라인 예배를 드린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관련 내용이 담긴 게시글의 댓글엔 “미세먼지 심한 날엔 아예 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영상으로 온라인 예배를 드린다. 마스크를 하고 교회에 가더라도 자모실에 들어서면 주변 시선이 의식돼 조심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교회 예배 및 행사 풍경도 바뀌고 있다. 봄마다 정례적으로 열리던 교회 야외행사도 미세먼지로 취소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은 “얼마 전 한 교회 주일학교 유치부에서 외부 활동을 나가는데 한 학생이 교사에게 ‘마스크 없이 밖에 절대 못 나간다’고 말하는 걸 봤다”며 “미세먼지가 그리 심한 날이 아니었지만, 아이의 건강이 염려된 부모가 사전에 주의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 교회에서 크게 공론화되고 있진 않지만, 미세먼지 문제가 지속된다면 교인들도 주일날 교회 예배나 외부활동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교계 환경운동가들은 교회가 미세먼지의 원인인 대기오염을 줄이는 일에 먼저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은 “미세먼지는 거국적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지만 교회 차원에서도 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낡은 보일러를 교체하거나 노후 경유차에 저감장치를 부착하는 것도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엔 어린이나 노약자 등 미세먼지 취약 계층이 매주 모이는 만큼 이들을 배려한 실내 환경개선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유 센터장은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우므로 아이비, 관음죽 등 공기정화용 식물을 교회에 배치할 것을 추천한다”며 “대체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므로 교회에서 노약자나 어린이를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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