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주일마다 16개국 이주 노동자 모여 예배드리는 ‘만국교회’

외국인노동자 섬기는 양주 빛오름선교교회 이형노 목사

주일마다 16개국 이주 노동자 모여 예배드리는 ‘만국교회’ 기사의 사진
빛오름선교교회 내·외국인 성도들이 지난 달 23일 밤 교회에서 열린 성탄전야제에서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 빛오름선교교회 제공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여러분 공장에서 일 많이 해서 아프고 피곤할 때 어떻게 해야 해요? 교회 오셔서 기도하세요. 성경에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라고 쓰여 있습니다. 마태복음 11장 28절 말씀이에요.”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빛오름선교교회(이형노 목사) 1층 예배당 한쪽에서 네팔인 여덟 명이 둘러앉아 한국어로 성경 문답을 하고 있었다. 주일예배 직후 열린 네팔교회 예배에서 어속 바울(46) 집사가 다른 네팔인들에게 외우면 좋은 구절을 일러주는 자리였다.

곁에 있던 업서라(30·여)씨가 “그럼 바울님이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은 뭐예요?”라고 물었다. 바울 집사는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계 3:20)를 외웠다. 그리고 유창한 한국어로 “여러분, 주님이 문 밖에서 문을 두드리고 계십니다. 우리는 그저 마음의 문을 열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울 집사가 가슴을 양손으로 펴는 시늉을 하며 “어떻게 하면 된다고요?”라고 되묻자 다른 일곱 명은 합창하듯 “마음의 문만 열어드리면 돼요!”라고 대답하며 활짝 웃었다.

같은 시간 교회의 2층과 3층에서도 베트남교회와 캄보디아교회가 열렸다. 곳곳에서 웃음소리와 ‘아멘~’하는 소리가 이어지는 등 교회엔 활기가 넘쳤다.

빛오름선교교회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최우선으로 섬기는 곳이다. 교회 표어도 ‘나그네를 순례자로’이고 교회 외벽엔 ‘외국인노동자의 벗!’이라고 적혀 있다.

2006년 2월 유명 시중은행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이형노(61) 목사가 백경희(57) 사모와 단둘이 컨테이너에 들어가 교회를 개척했다. 내국인 사역을 하다 2009년 1월부터 한국기독실업인회(CBMC)의 요청에 따라 다문화 선교교회로 전환했다. 교회는 네팔과 베트남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태국 등 16개국 이주노동자 및 결혼이민자 등과 함께하고 있다. 이날 주일예배에 참석한 성도는 내국인 70명에 외국인노동자가 150명 정도. 한국에 4년 10개월 체류하는 외국인노동자의 특성 때문에 교회를 거쳐 간 사람이 훨씬 많다.

교회는 무료 한글학교를 운영한다. 현재 등록생만 700명에 이른다. 교회 성도 17명이 한국어 강사로 봉사한다. 이날도 2층 사무실에선 한글학교 일정을 문의하는 외국인노동자들로 북적였다. 한글학교는 교회 성장의 일등공신이다.

교회 개척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외국인노동자와 함께 수저를 쓸 수 없다는 사람도 있었다. 성도들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목사 식구들은 똘똘 뭉쳤다. 사모는 물론 큰딸과 둘째 아들, 막내딸까지 헌신적으로 봉사했다. 한겨울 화장실이 꽁꽁 어는 사택에 살아도 아이들은 싫은 내색 한 번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10년 노력 끝에 결실이 이어졌다. 컨테이너에서 번듯한 건물로 이주했고 교회 안에 네팔과 베트남, 캄보디아교회가 설립됐다. 올해엔 몽골과 태국교회가 세워질 예정이다. 무슬림인 방글라데시인 2명은 한글 성경공부를 하다 기독교에 관심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캄보디아 노동자는 2년 동안 요한복음만 공부하더니 세례를 받고 기독교인이 됐다.

교회는 이방인들을 위한 일이라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출입국 및 비자 관련 상담이나 일터에서의 갈등을 중재해준다. 한국의료보건재단과 새문안교회의 도움으로 외국인노동자에게 의료서비스와 이·미용 서비스도 제공한다. 매년 1700여 명이 의료 서비스 혜택을 보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문화 체험행사나 체육대회 등도 수시로 연다. 체육대회는 매년 참석자가 400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 성탄절 이브에는 베트남 현지 목사를 초청해 부흥회를 개최했는데 무려 22명이 한꺼번에 주님을 영접하고 결신했다고 한다.

업서라씨는 “교회에 오면 한글도 배우고 따뜻한 밥도 먹고 다양한 친구도 만날 수 있다”면서 “그 어떤 것보다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외국인노동자를 소중한 선교자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분들은 3D 업종에 근무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소중한 일꾼 역할을 맡고 있고 또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외교사절단이기도 하다”면서 “무엇보다 현지의 치열한 경쟁을 이기고 온 엘리트인 만큼 이들을 선교자원으로 활용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하나님 말씀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이나 생활이 어려운 해외로 나가 선교하기보다 한국에 들어온 이방인들을 상대로 선교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외국인노동자 사역이나 해외 선교에 비전이 있는 분들이 더 많이 우리 교회로 와서 동역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양주=글·사진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