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두글자 발견 : 소명] 소명, 삶의 이유이며 방향

[이지현의 두글자 발견 : 소명] 소명, 삶의 이유이며  방향 기사의 사진
기독사진작가 김수안의 ‘빛의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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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召命)’이란 단어는 그리스도인들을 따라다니는 평생의 물음표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종종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소명이 무엇일까?” “우리는 어떠한 소명으로 살아야 하는가?” “과연 내가 죽기 직전에 소명을 발견할 순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며 살아간다.

소명은 ‘부르심’이다. 세계적인 기독교 변증가 오스 기니스는 소명을 “하나님께서 우리를 그분께로 부르셨기에 우리의 존재 전체, 우리의 행위 전체, 우리의 소유 전체가 특별한 헌신과 역동성으로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이 소명에 응답하는 것이 인생의 중심 목적을 발견하고 그것을 성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이런 일을 하고 이런 삶을 살라고 부르셨다는 것, 그 일이 하나님께서 부르신 일이 확실하다고 생각되면 우리는 모든 것을 다 드려서 헌신하게 되고 책임을 가지고 열심히 살게 된다는 것, 그렇게 살면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모험이요 가장 심오한 낭만이며 가장 멋진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그 소명을 당신의 최고의 주제로 끌어안을 때 당신은 비로소 자유롭게 될 것입니다. 그 소명을 좇아 살아갈 때 당신은 지도자가 될 것입니다. 바로 이 길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때 당신은 모든 면에서 성취감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오스 기니스의 ‘20대, 당신을 향한 소명’ 중에서)

아마존 정글 속 성경번역선교사

강명관(55) 심순주(51) 선교사 부부에게 ‘소명’은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었다. 이들에게 ‘아마존 바나와 부족 선교’는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었다. 이들은 성경번역선교에 대한 소명을 안고 생명이 위협받는 오지로 30대 초반에 떠났다.

강 선교사는 한영외국어고등학교 국어교사였다. 평탄한 생활을 했지만 영적으로 목말랐다. ‘주님을 최고로 사랑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중 지구촌 6900개 언어 가운데 성경이 번역되지 않아 복음을 듣지 못한 부족이 2000여 부족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강 선교사 부부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마 28:19)라는 말씀을 묵상하며 성경번역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2년 동안 고민하고 기도하며 내린 결정이었다.

강 선교사 부부는 1998년 성경번역선교회(GBT)와 명성교회에서 파송을 받았다. 언어학과 문화인류학에 대한 훈련을 받은 후 2000년 브라질 아마존 바나와 부족 마을로 들어갔다. 바나와 부족 인구는 130여명(2018년 기준)으로 브라질 아마존 정글에서 사냥과 낚시, 나무 열매를 따먹는 수렵·채집 생활을 한다. 아마존 인근 도시에서 3~4일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오지 중 오지다.

강 선교사 부부는 바나와 부족 마을에서 함께 살면서 이들의 문화와 언어를 배웠다. 그들의 언어를 분석해 문자를 만들고 가르쳤다. 부부가 바나와 부족의 문자를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성경을 번역하기 위해서였다. 언젠가 이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된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날을 꿈꿔왔다. 드디어 부부는 지난해 말 이들의 언어로 읽을 수 있는 성경 이야기를 번역했다. 소명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소명(vocation)의 어원은 ‘부르다’란 의미의 라틴어 ‘보카레(vocare)’이다. 소명이란 단어는 종교개혁 이전에는 성직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했으나 루터와 칼뱅 등은 성경을 근거로 소명에 대한 제한적인 관념을 거부했다. 그들은 하나님이 모든 크리스천을 각자의 일로 부르신다고 주장했다.

소명이란 궁극적인 존재 이유를 깨닫게 한다. 인생의 목적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신학자들은 소명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하나님께서 사람들을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가 되도록 부르신다는 뜻으로 ‘구원’과 같은 의미이다. 둘째는 모든 것을 다스리시는 주권적인 하나님을 기억하고 그분을 위해 생각하고 행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우린 소명을 어떻게 발견해야 할까. 하나님 소명을 발견하려면 성령과의 성숙한 교제가 필수다. 소명은 언제나 기도와 묵상 중에 찾아온다. 이사야 선지자는 하나님이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라고 말씀하실 때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사 6:8)라고 답했다.

소명에 대한 오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명을 받으면 목사가 되거나 선교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소명을 직업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명은 부르심 그 자체로 우리 삶의 이유이며 방향이다. 신학자들은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소명을 주셨고 그것은 꼭 직업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하나님의 소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를 부르신 분이 하나님이란 사실, 그리고 하나님과 다른 사람의 유익을 위한 일이라면 그것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 곧 소명이란 것이다.

신학자 폴 스티븐스는 ‘나이듦의 신학’에서 부르심을 받은 사람만 전업 사역자나 목회자가 되는 현실을 보면 소명이 상실된 ‘탈 소명 시대’를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명의 신학이 없으면 우리 인생은 쇠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하나님은 3가지 방법으로 우리를 부르신다고 말한다. “우리는 하나님께 속하라는 소명, 의롭게 살라는 소명, 교회와 세상에서 하나님의 일을 하고 하나님의 섬김에 동참하라는 소명을 받는다. 이는 세속적인 일을 버리고 하나님의 일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많은 직업 안에서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소명이 있다. 그리스도의 부르심은 그 모든 과정을 포함한 우리의 삶 전체이다. 우리는 세상의 기초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부르심을 받았다.

▒ 소명에 하나 더

선교사 부부의 20여년 소망 ‘아마존 그림 성경’

강명관 심순주 선교사 부부는 브라질 아마존 바나와 부족 언어로 번역된 ‘아마존 바나와 이야기 그림 성경’을 최근 바나와 부족에게 전달했다. 20여년간 이들이 소망했던 일이었다.

강 선교사 부부는 이메일을 통해 성경 출간 소감을 이렇게 전해왔다. “이야기 그림 성경을 통해 아마존 바나와 부족들이 하나님을 더 많이 알아가고 사랑할 수 있게 되길 소망합니다. 이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된 성경을 읽고 묵상할 수 있게 돼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아마존 바나와 이야기 그림 성경’엔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의 구속사적 관점에서 선택한 100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부부는 어려운 용어들을 쉽게 풀어서 번역했다. 예를 들어 ‘영광’이란 말에는 ‘선하고 빛나는 것’으로, ‘용서’는 ‘깨끗하게 하며 잊어버림’이라고 대신 사용했다.

성경 이야기를 읽고 묵상하며 색칠까지 할 수 있도록 그림도 넣었다. 그림은 한국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크리스천 청년들이 아마존을 방문해 부족들의 삶을 보면서 이야기에 맞춰 그린 것이다.

강 선교사 부부의 이야기는 2009년 다큐멘터리 ‘소명’으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에게 깊은 울림을 준 바 있다.

선임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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