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에서] 날씨의 경제적 가치 기사의 사진
그동안 잘 못 느꼈다. 좋은 날씨가 축복이라는 것을. 그것도 하늘에서 현금이 쏟아지는 것과 같은 횡재라는 사실을. 최근 며칠 동안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다. 미세먼지가 얼마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좋은 날씨가 얼마나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 여러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오타와대가 2016년 미국 월스트리트의 대기질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등락을 비교한 결과 뉴욕의 대기오염이 심해질수록 S&P 500지수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1표준편차 상승할 때마다 S&P 500지수 수익률은 11.9% 떨어졌다. 아직 국내에서 연구된 것은 없지만 증권가가 있는 서울의 대기질이 떨어지면 주가지수도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주식으로 돈을 잃은 사람들이 미세먼지를 원망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

좋은 날씨는 곧 현금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국내 사례도 있다. 국립기상과학원 연구 결과 약 30㎜ 봄비로 대기질 개선의 경제적 가치가 1754억원으로 산출된 적도 있다. 한 골프장 사장은 “비가 적시에 한 번만 와줘도 잔디에 주는 물값 수천만원이 절약된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의 2016년 ‘미세먼지가 국내 소매판매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하면 소비자들의 외출 자제로 대형 소매점 판매가 약 2% 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요즘 장사가 안 되는 것은 소득주도성장 정책 때문이 아니라 미세먼지 탓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6년 ‘대기오염의 경제적 결과’ 보고서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60년에 전 세계 GDP의 1%가량인 2조6000억 달러(약 3015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피해 규모는 연간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2060년쯤에는 2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세먼지 t당 경제적 비용이 196만원, 사회적 비용은 4억5000만원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대목에서 문득 궁금해진다. 전국의 미세먼지를 없애려면 공기청정기 몇 대를 틀어놓아야 하고 전기료는 얼마나 들지. 지난여름 폭염 때도 전국을 시원하게 하려면 에어컨을 몇 대를 틀어야 할지, 그렇다면 시원한 날씨는 이들 에어컨을 공짜로 팡팡 틀어놓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사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석면·벤젠 등과 함께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호흡기·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고 폐암·방광암과도 연관성이 밝혀졌다. 우울증·자살 등 정신질환과 관련성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최근 서울대 연구팀은 미세먼지가 루게릭병 증상을 악화시켜 응급실 방문 위험을 최대 40%까지 높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세먼지가 루게릭병 발병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의 대기오염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나쁜 수준이다. OECD는 2060년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가장 높고 경제 피해도 가장 클 것으로 예상했다. 통계청의 ‘2018년 사회조사’에서는 우리 국민의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감은 82.5%로 방사능(54.9%)이나 유해 화학물질(53.5%)보다 심했다. 근처에 원전이나 화학공장이 있는 것보다 불안해 한다는 얘기다.

이제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인공강우라도 실시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리고 미세먼지가 없는 날은 공기청정기를 틀지 않고도 공짜로 맑은 공기를 마신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한껏 공기를 들이마셔야겠다. 마치 이스라엘 민족이 하늘에서 만나가 떨어지는 것을 반겼듯이.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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