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분장·흑형 그만” 까칠 유튜버 엉클잼의 한국 사랑 기사의 사진
엉클잼이 유튜브 영상에서 외국인이 겪는 인종차별과 고정관념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캡처한 사진들. 그는 “죽을 때까지 한국에 살고 싶다”며 “한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엉클잼 제공
엉클잼. 영어단어 ‘Uncle’(삼촌)과 ‘Jam’(유쾌한 일)을 합친 말로 ‘유쾌한 삼촌’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엉클잼(29)은 “조카를 정말 사랑하는데 조카는 항상 제가 재미있다고 했다”며 닉네임을 짓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Jam에는 ‘유쾌한 일’이라는 뜻 외에 ‘혼잡’ ‘막힘’이라는 뜻도 있다. 엉클잼은 최근 유튜브·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2분에서 7분 정도의 짤막한 영상을 올리고 있는데, 영상 속 대부분 진지하고 심각한 그의 표정은 전자보단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실은 한국인에게 엉클잼은 ‘불편한 삼촌’에 가깝다. 그는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에게 겪는 인종차별과 고정관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올리는 영상들은 유머나 일상을 다룬 영상들보다는 조회수가 확연히 적다. 대개 조회수는 수백건이고, 많은 것은 1만회, 5500여회 정도다.

엉클잼은 지난 10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 유튜브 영상을 올리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들은 대부분 웃기고 재밌는 영상을 올려요”라며 “저도 그런 영상을 올리고 싶지만 사회적이고 불편한 말을 해줄 외국인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가 지금까지 올린 영상의 제목은 ‘외쿡인이라고 하는 게 왜 나빠요?’ ‘한국의 흑인분장’ ‘원데이 친구는 뭘까요?’ ‘외국인 출입금지: 영어 때문인가요? 인종차별 때문인가요?’ 등이다. 국내서도 비판받는 ‘TV 속 흑인 분장’뿐만 아니라 단지 멋지다는 이유로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일부 한국인들에게 느꼈던 실망감이나 외국인을 광대처럼 보는 데 대한 불만도 토로한다.

칭찬인 줄 알고 써왔던 ‘흑형’ ‘흑누나’ 같은 단어들도 인종차별의 하나라고 그는 꼬집는다. 그는 “사람들이 ‘흑형’을 칭찬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스포츠를 잘 하는 흑인’ ‘몸이 좋은 흑인’ 등의 흑인에 대한 고정관념에 기반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그 ‘칭찬’은 육체적인 것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대상화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흑형’처럼 ‘칭찬’이라며 용납되는 차별적인 단어를 저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사람들이 이 단어를 그만 써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뉴욕주 출신인 엉클잼은 뉴욕주립대 버펄로캠퍼스(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Buffalo)에서 영어교육학을 전공했다. 2015년 9월부터 한국에 정착해 지금은 강원도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회화를 가르치고 있다.

처음 한국과 연을 맺은 건 중학교 1학년 때 한국인 친구를 사귀면서다. 엉클잼은 “뉴욕에는 다양한 인종만큼 인종차별도 많았다”며 “한국인 친구는 더 인종차별을 많이 당했다. 심심찮게 ‘옐로 보이’라 불렸고 눈을 찢어 조롱하는 행동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생 때는 길을 가다 우리를 향해 ‘옐로 몽키’라고 욕해서 주먹다툼을 벌인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교 3학년인 2010년 사물놀이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한국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후 한국 문화와 역사, 한국어를 배웠다. 엉클잼은 판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를 떠올렸다. 그는 “처음 판소리를 들었을 때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데 눈물이 막 흘렀다”며 “한국이 역사적으로 식민지 경험을 했는데 흑인들도 비슷한 ‘한’의 정서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역사도 좋아한다”며 “대학교 때 한국사 시간에 조선시대에 흥미를 가졌고 이순신 장군을 제일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2년 한국에 여행을 온 뒤 정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이라는 땅에서 까만 피부를 갖고 살아온 그는 한국에 오기 전 이곳에서의 인종차별은 어떤지 인터넷으로 검색해봤다고 했다. 그는 “블로그나 영상을 찾아봤는데 ‘여전히 흑인 분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나는 선생님이니 어린 아이들을 잘 가르치면 나중에 한국 사회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왔을 때 기대보다 먼저 느낀 건 두려움이었다. 한 대형마트에서 계산을 하려고 줄을 섰는데 한 남성이 “이 깜둥이 놈. 왜 여기 있어?”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은 곳이었다. 엉클잼은 “그땐 자신감이 없어서 아무 말을 못했다”며 “무섭고 떨려서 ‘빨리 계산하고 나가자’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되뇌었다.

흑인 미국인은 성관계와 관련해 자유분방할 것이라는 고정관념 탓인지 성희롱도 당했다. 엉클잼은 “어느 날은 술집에 갔는데 모르는 여자분이 ‘넌 미국인이니 아무랑 자는 스타일 아니냐. 우리 나갈까’라고 말했다”며 “그냥 ‘플리즈 고 어웨이(please go away)’라 하고 무시했지만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어에 꽤 능숙한 엉클잼은 지난 2년 정도는 “아는 게 병”이었다고 했다. 한국어를 몰랐다면 차별적인 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넘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는 게 힘이 된다”고 한다. 그는 “한국은 오랜 시간 단일민족이었지만 점차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와 살고 있다”며 “제 (외국인) 친구들은 한국에 오래 살고 싶어 한국어를 공부하는 중이지만, (언어) 수준이 낮아 인종차별이나 고정관념에 대해 반박할 수 없다. 그 친구들을 위해 영상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영상을 본 한국인의 반응은 엇갈린다. 지지하는 이들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한국에 고정관념이 생길 것 같다”거나 “한국을 너무 나쁘게 보게 만든다”는 부정적 이야기를 듣는다. 반면 외국인 친구들은 대부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고 했다.

엉클잼은 “외국인 출입금지 영상은 저뿐만 아니라 제 친구들이 많이 겪는 일”이라며 “주변 외국인들이 제 영상을 보고 ‘고맙다’ ‘힘이 된다’는 연락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엉클잼은 학교에서 인종차별과 고정관념에 대한 수업도 진행한다. 그는 “한국인인 내 학생들도 언젠가 유학이나 여행으로 해외에 가서 인종차별을 경험할 수 있다”며 “인종차별을 미리 가르치면서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공감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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