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태원준] 인스타그램 허즈번드 기사의 사진
카메라, 노을, 새 옷, 음식 나왔다, 밖에 눈이 와, 한 장 더 찍어….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반사적으로 움찔하면서 눈가에 경련이 인다면 당신도 ‘인스타그램 허즈번드’일 가능성이 있다. 아내가 인스타그램에 멋진 사진을 올릴 수 있도록 카메라를 들고 쫓아다녀야 하는 남편을 일컫는다.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와도 베스트샷을 건질 때까지 절대 손댈 수 없고, 눈이 내리면 아무리 추워도 아내의 설경 속 인생샷 사냥에 동원되며, 서쪽 하늘은 왜 그리 자주 물들고 그때마다 아내는 왜 그렇게 많은 포즈를 시도하는지 땅거미가 지도록 셔터를 눌러야 하는 남편의 고충이 이 용어에 담겨 있다.

3년 전 미국에서 이런 남편의 현실을 연출한 동영상이 큰 화제가 됐다. 공감한 남편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지금도 꾸준히 사진이 올라온다. 한 남편은 아내가 침대에서 털북숭이 강아지를 안고 환하게 웃는 사진을 올리며 “내가 저 사진을 위해 셔터만 눌렀을 거라 생각한다면 당신은 틀렸다. 나는 저 개를 사야 했고 개의 털 색깔에 어울리는 침대보를 샀으며 그것과 질감이 비슷한 아내의 스웨터를 샀다”고 적었다. 해변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여성의 사진 밑에는 “아내가 요가 옷을 새로 구입했다. 그런데 왜 한 시간 동안 차를 타고 바닷가에 와서 요가를 하는 거지?”라는 글이 붙어 있다.

인스타그램을 대하는 남편과 아내의 시각은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이렇게 현격한 차이가 있었는데, 최근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한 외신이 지난주 보도했다. 눈에 띄는 사진을 많이 올려 수십만명씩 팔로어를 가진 여성이 늘면서 인스타그램 허즈번드가 하나의 직업이 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라이프스타일 관련 사진과 영상을 올리는 대니 오스틴이란 여성을 소개했다. 팔로어가 50만명을 넘어서며 각종 협찬과 광고로 수입이 남편을 능가하자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허즈번드’로 활동하고 있다. 콘셉트 기획, 의상 준비, 장소 물색, 촬영과 편집을 도맡는다. 이런 남편이 많아지면서 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한 허즈번드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팔로어가 6만명을 넘어섰다.

취미일 때는 물과 기름처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사업이 되면 남편과 아내의 인식 차이가 해소되는 놀라운 화학작용이 벌어진다. 돈의 힘이란 것 외에는 설명해줄 말이 없을 것 같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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