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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인으로 사는 법 배우는 데 인내보다 중요한 덕목은 없다

덕과 성품/스탠리 하우어워스 지음/홍종락 옮김/IVP

기독인으로 사는 법 배우는 데 인내보다 중요한 덕목은 없다 기사의 사진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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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를 시작하면서 ‘좋은 크리스천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 ‘좋은 아빠’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한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 나왔다. 미국의 존경받는 신학자이자 윤리학자인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덕과 성품’(IVP)이다. 하우어워스가 친구 새뮤얼 웰스의 아들 로렌스의 대부가 된 뒤 15년간 보낸 편지를 묶은 책이다.

웰스 부부는 영국에서 성공회 사제로 지내면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듀크대 교수로 있던 하우어워스에게 아들의 대부가 돼달라고 부탁했다. 하우어워스는 2002년 10월 27일 로렌스가 세례받은 날 써 내려간 첫 번째 편지를 시작으로 해마다 편지를 보냈다. 2005년 웰스 부부가 듀크대 교직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하우어워스는 그들이 영국으로 돌아간 2012년까지 가까이에서 로렌스를 지켜보며 글을 썼다.

하우어워스는 첫 편지에서 “너의 대부로서 내가 약속할 수 있는 건 하나야. 너에게 절대 거짓말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마”라고 약속했다. 이어 편지를 쓰기로 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내 삶을 가능하게 만들고 바라건대 네 삶에도 기여했으면 하는 믿음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 시간을 어떻게든 마련할 생각이다. 그런 삶만이 우리를 거짓에서 자유롭게 해 줄 수 있단다.”(45쪽)

자비 진실함 우정 인내 소망 정의 용기 기쁨 단순함 한결같음 겸손(과 유머) 절제 너그러움 믿음에 이르기까지 14가지 핵심 덕목을 다룬다. 해당 덕목과 관련된, 성경 속에 흩어져 있어 쉽게 발견하지 못했던 성경 구절을 새롭게 만나게 한다. 농구, 고양이, 시와 소설 등 일상의 소소한 것부터 이라크전쟁, 대통령선거 등 역사적 사건까지 넘나들며 이야기를 엮어낸다. 또 본회퍼, 아리스토텔레스, 아퀴나스, 체스터튼, 아우구스티누스 등의 통찰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길어내 들려준다.

그는 결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고리타분하게 지시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그리스도인의 성품이 형성되는 것이 아님을, 이미 삶으로 터득한 어른의 원숙함이 느껴진다. 그는 “이상하게도, 보통은 덕스러워지려고 노력해서 덕을 갖추게 되는 것이 아니란다. 덕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삶의 형태에 실려 찾아오지”라고 말한다.

‘자비를 베풀도록 노력하라’고 말하는 대신, ‘여동생 코니를 쓰다듬고 코니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기쁨을 느낄 때 자비가 네 삶에 들어와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이 우리 안에서 덕을 끌어내는 것이지. 그렇기 때문에 자비를 베푸는 일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거란다. 우리는 자비롭게 살도록 창조된 거야”라고 말한다. 하나님의 성품이 그리스도인에게 새겨질 수 있다는 확신 위에서 들려주는 조언이 든든하다.

그는 14개 덕목의 경중이나 우열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평생 현실에 안주하고 타협하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모습에 성내고 분노하며 살아왔음을 고백하며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법을 배우는 데 인내보다 중요한 덕은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한다. 각각의 덕목을 개별적으로 설명함과 동시에 하나의 덕목과 다른 덕목이 어떻게 어우러지고 연결돼 진정한 크리스천의 삶을 빚어내는지 보여준다.

책장마다 어떻게 그리스도인의 성품이 형성되느냐는 주제에 천착해온 신학자이자 윤리학자로서의 성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삶을 살아낸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경험이 가득하다. 마치 새해에 건네받은 종합선물세트 같다. 14개 덕목 중 어느 장 하나, 각 장을 채우고 있는 문장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든다.

책장을 덮으면 하우어워스의 편지를 받으며 성장했을 로렌스에 대한 부러움, 나에게도 이렇게 조언해줄 어른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먼저 스쳐 지나간다. 그다음엔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의 어른이 돼야 할 때라는 깨달음에서 오는 부담감이 묵직하게 밀려온다.

IVP 출판사는 오는 31일 서울 마포구 북카페 ‘산책’에서 하우어워스의 편지와 기도문을 함께 읽으며 좋은 그리스도인의 삶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지난 연말 하우어워스의 기도집 ‘신학자의 기도’를 낸 비아 출판사와 홍종락, 정다운 번역가를 초청해 공동으로 북토크를 진행한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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