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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에게 축복기도·장례식 추모기도 해도 되나

‘케어 사태’로 본 동물신학

반려동물에게 축복기도·장례식 추모기도 해도 되나 기사의 사진
성경은 동물의 이름을 지으며 ‘돕는 배필’이라고 정의할 만큼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강조한다. 보호소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유기견. 국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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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단체 ‘케어’가 식용 개 농장 등에서 구조한 유기견 200여 마리를 안락사시켰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면서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동물권이란 동물이 가진 생명권 등 기본적인 권리를 뜻하는데 사람의 인권처럼 존중받아야 하는지를 놓고 찬반이 엇갈린다.

동물권 이슈는 기독교인에게도 먼 이야기가 아니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국내 인구가 1200만명에 육박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축복기도나 장례식 추모기도를 요청하는 신자들이 늘고 있다. 주부 A씨(39)는 지난주 돌보던 길고양이가 죽은 후 교회 사역자에게 추모기도를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A씨는 “당시 사역자가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를 동물에게는…’이라며 말을 흐려 속이 상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동물과 공유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16년 동안 키우던 반려견의 장례식을 치렀던 대학원생 B씨(26)는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척들보다 매일 마주하고 교감을 나누는 반려동물에게 가족 같은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신앙적 차원에서 반려동물의 탄생과 죽음을 함께하고 싶은 성도들의 마음을 단지 ‘주체적인 예배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동물들과도 하나님의 축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예배공동체도 있다. 민숙희 대한성공회 송산교회 신부는 2016년 구제역 파동이 일어난 직후 주변 성도들과 함께 ‘노아의 방주 예배공동체’를 시작했다. 민 신부는 “노아의 방주 예배공동체는 동물들과 함께 예배드리는 신앙 공동체”라고 소개했다.

이 공동체는 1년에 두 번 반려동물을 축복하는 성찬식을 거행한다. 반려동물들에게 축복 기도를 해달라며 찾아오는 성도도 있지만, 성찬식에 참석했다가 유기된 동물을 입양하기로 결심하는 성도들도 있다. 민 신부는 “성경에 나오는 ‘생물을 다스리라’(창 1:28)는 뜻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청지기적 사명을 맡기신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 “하나님이 왜 노아의 방주에 사람뿐 아니라 세상의 온갖 동물들을 태웠는지를 고민하면 교회 안 동물권 논쟁 해결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케어 사태나 교회 내 동물권 논의의 핵심에는 동물을 객체로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동물을 주체적인 존재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동물의 탄생과 사망을 사람보다 가볍게 여기는 시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동물을 사고팔거나 학대하는 등의 비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윤재 이화여대(기독교학) 교수는 성경에선 동물을 인간의 동반자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케어 사태는 1년에 10만여 마리씩 버려지는 유기동물들을 수용하지 못한 데서 생긴 비극”이라며 “크리스천들은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하는 세상의 시선을 넘어 하나님이 창조하신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담이 동물의 이름을 지어주는 것(창 2:20)은 하나님이 맡기신 통치권의 행사로 이해할 수 있다. 이름을 짓는 것은 그 대상이 보호와 관리 아래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민 신부도 “사람만 중요했다면 하나님은 동물은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우리보다 먼저 창조된 피조세계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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