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폭력·부모 혐오 ‘SKY 캐슬’  잘 포장 됐어도 막장은 막장 기사의 사진
대한민국 최상위 학부모들의 치열한 입시경쟁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드라마 ‘SKY 캐슬’(JTBC)의 한 장면.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과 상류사회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지만 자살, 부모혐오, 경쟁 등을 과장되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JTBC 제공
‘SKY 캐슬’(JTBC)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1.7%(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출발한 드라마는 방송 8주 만에 10배 이상 뛰어 20%를 넘보는 중이다. 인터넷상에는 다음 화를 예상하는 추측 글이 쏟아지고, 유튜브에선 패러디 영상이 넘쳐난다. 최상위권 학부모들의 입시 전쟁을 다뤄 입시 코디네이터를 비롯한 실제 사례에 관한 관심도 뜨겁다. 대본이 유출되는 사고도 있었지만 기세가 꺾이긴커녕 되레 궁금증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연출을 맡은 조현탁 PD는 지난해 11월 제작발표회에서 “자녀를 우리나라 최고의 의과대에 보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미쳐 날뛰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한국 최대의 관심사인 ‘입시’를 소재 삼아 공감대와 화제성을 동시에 얻은 영리한 블랙코미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살, 출생의 비밀, 살인사건 등 자극적인 설정이 계속 이어지면서 현실 풍자라는 외연을 쓴 막장극일 뿐이라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신드롬으로까지 발전하면서 사회적으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일부 있다. 극에 담긴 극단적인 경쟁 교육 시스템과 폭력, 이로 인해 촉발된 부모혐오 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극은 “참 어른으로 성장하는 청소년, 그리고 어른들의 성장드라마”라는 소개 글의 주제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로 가정 내 불화를 끊임없이 노출한다. 불화는 대부분 성적이 자식보다 선행하면서 발생하는 일들이다.

서울대 의대에 합격한 영재(송건희)네 가족이 대표적이다. 부모의 강박적인 교육 방식에 정신 질환을 앓을 정도로 고통에 시달리던 영재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야구 배트로 집 안 화분을 깨부순다. 아버지 박수창(유성주)은 이런 아들에게 엽총을 겨눈다. 오발탄은 천장에 가 꽂힌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타 가정도 크게 다르진 않다. 차민혁(김병철)은 딸 세리(박유나)가 감쪽같이 하버드생 행세를 하며 부모를 속여 왔다는 걸 알게 되자 손찌검을 서슴지 않는다. 진진희(오나라)의 아들 우수한(이유진)은 공부를 못한다는 핍박에 못 이겨 가출한다. 가정마다 유사한 사건이 되풀이되면서 심해지는 건 부모를 향한 자녀의 원망과 불신이다. 여기에 자살 장면 등이 반복되면서 극의 선정성은 더욱 배가된다.

드라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극이 반성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박탈감과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엔 경쟁적 교육을 부추기고, 이것이 다시 부모혐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드라마에 가학적인 면이 일부 있다”며 “상류층의 여러 교육방식을 한쪽으로만 바라보는 선입견이나 불필요한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반면 윤석진 드라마평론가는 “비판과 풍자가 강해 과잉이나 과장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충분히 가능한 내용이라 생각한다”며 “불편한 진실이기에 자극적이라는 논란이 더 생기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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