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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신범철] 김영철이 남긴 5가지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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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가 싱겁게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엄청난 만남을 가졌다고 짧게 언급했지만, 그의 전매특허인 트위터는 연일 침묵 중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회담의 성과보다 대북 제재 유지를 강조했고, 작년 5월 말 김영철 방미 당시 특별 브리핑을 제공했던 국무부는 다섯 줄짜리 보도자료만 내놓았다. 여전히 불투명한 비핵화 협상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짚어봐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왜 정보 당국에서 이번 김영철 방미를 준비했을까. 지금까지 전해지는 바로는 작년 12월부터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북한 통일전선부가 비공개 접촉을 통해 김영철 방미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 외교 채널이 단절됐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상황인데도 말이다. 2000년대 초 이라크전 발발 과정의 반성으로 정보 당국의 직접적인 정책 관여를 배제해 온 미국으로서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아마도 북한이 외교라인보다 정보라인을 더 신뢰해서 생긴 기현상일 것이다. 다만 미국이 북한을 정상으로 이끌기보다 북한이 미국을 비정상으로 만드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김영철 방미에서 정상회담 일시와 장소가 발표되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행사를 한 달 정도 남겨둔 상황에서는 발표를 미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가져온 협상안이 맘에 들지 않아 추가 양보를 요구했거나, 아니면 북한이 새로운 장소를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느 것이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아직도 돌발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가 침묵 중인 것도 이상하다. 밤 사이에 또 바뀔지 모르지만 작년 김영철 방미 당시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조용하다. 미국 연방정부 일시 업무정지(shut down) 관련 언론 인터뷰 과정에서 김영철 관련 질문에 답한 짧은 코멘트 외에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국내 정치 일정으로 정신이 없을 수 있었겠지만 그의 말대로 ‘비핵화에 많은 진전’을 이루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의 만남을 첫 번째 실무회담(first meeting at the working level)이라고 부른 것도 이례적이다. 국무부 대변인실 홈페이지의 보도자료 내용인데, 고위급 회의를 실무회담으로 불렀고 그것도 첫 번째라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작년 10월 평양을 방문한 이후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을 위해 실무회담을 갖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간 북한이 미뤄 왔던 실무회담을 이번에 가졌다는 것인데, 왜 고위급 회담을 실무회담으로 불렀는지 이상하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 처음으로 제대로 된 논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측의 반응이 차가운 것은 북한 측 제안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미국 국무부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스웨덴 방문을 국제회의 참석으로 규정한 것도 아쉽다. 많은 사람이 비건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후속 실무협상을 기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북·미 양측이 다시 합의하면 스웨덴에서 얼마든지 실무협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워싱턴의 만남이 첫 번째 실무회담이라는 국무부의 발표와 함께 해석할 때 아직 북·미 간에는 후속 실무회담에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북·미 정상회담은 2월 말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부실했던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경제 문제 해소를 위해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의 판’을 깨기 어렵다. 하지만 김영철 방미 이후에도 비핵화와 상응조치 문제는 적지 않은 간극이 있어 보인다. 한 달 여 남은 짧은 기간 뻗대기에 능한 북한을 설득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실질적 비핵화 진전에 대한 기대보다 한국의 안보 이익이 배제된 잘못된 합의가 없기를 바라는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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