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건강하다고… 부끄럽다고… 자궁경부암 검진 꺼리는 20대女

건강하다고… 부끄럽다고… 자궁경부암 검진 꺼리는 20대女 기사의 사진
국립암센터 자궁암센터 이동옥 산부인과 전문의가 지난 17일 한 여성과 자궁경부암 검진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국가 자궁경부암 무료검진, 만 20세 이상 여성 2년마다 시행
조기 발견 땐 완치 가능성 높아
건강 과신·무관심·인식 부족에 20대, 5명 중 1명만 검진 받아


올해 만 27세인 여성 A씨는 재작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자궁경부암 검진 대상자라는 안내서를 받았지만 검진받지 않았다. 10대 때 생리불순으로 엄마와 찾은 이후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산부인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검진 대상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검사 때 아프지는 않을까 겁났다”고 했다. 국가 자궁경부암검진은 만 20세 이상 여성에게 2년 마다 시행되고 있어 A씨는 올해 다시 검진 대상에 해당된다. 하지만 A씨는 “안내서가 또 날아오면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오는 25일 생일이 지나면 만 20세로 첫 자궁경부암검진 연령이 되는 대학생 송모씨도 “중1 때 부모님 권유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맞긴 했지만 암은 중년층 이상에서 걱정해야 하는 질환으로 여겨 멀게만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다른 산부인과질환이 있으면 모를까 암검진만을 위해 병원에 갈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정부는 2016년부터(의료급여 대상은 2015년부터) 자궁경부암 무료 검진 대상을 기존 만 30세 이상에서 만 20세 이상 여성으로 넓혔다. 다른 연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긴 하지만 20대 여성에서도 ‘상피내 종양’을 포함한 자궁경부암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데다 젊은 연령일수록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하면 그만큼 완치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자궁경부암은 최근 17년간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1일 중앙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1999년 인구 10만명당 18.9명(신규 발생자 4443명)에서 2016년 13.9명(3566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20대의 경우 매년 100명 안팎의 자궁경부암 환자가 새로 생겨나고 있다. 1999년 113명, 2005년 101명, 2010년 140명, 2015년 82명, 2016년 114명의 신규 발생자가 나왔다.

자궁경부암의 주된 원인은 성 접촉으로 전파되는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에의 노출이다. 그래서 결혼한 연령대인 40대, 50대, 30대 순으로 암 발생이 많다. 20대에 자궁경부암에 걸렸다면 10대 등 더 일찍부터 HPV 노출이 있어왔을 가능성이 크다. HPV 감염 후 암이 생길 때까지는 대략 10~25년이 걸린다. 여성들의 첫 성경험 연령이 빨라지고 성개방 풍조로 성 파트너 수가 늘면서 HPV 노출 횟수가 그만큼 증가한 탓으로 보인다.

이처럼 자궁경부암 위험 요인에의 노출 기회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여성들, 특히 젊은층의 경각심은 매우 낮다. 국립암센터의 2018년 암검진수검행태 조사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수검률은 55.6%로 국가 5대암검진 가운데 위암(72.8%) 유방암(63.1%) 대장암(58.4%)에 이어 4위였다. 만 20세 이상으로 검진 연령이 확대된 2016년 이후 자궁경부암 검진율은 2년간 계속 상승세였지만 지난해 뚝 떨어졌다.

연령별로 보면 20대는 지난해 10명 가운데 2명 정도(20.9%)만이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았다. 30대(48.5%) 40대(61.8%) 50대(60.2%) 70대(41.8%) 보다 검진율이 훨씬 낮았다. 검진율 최하위인 20대 여성의 경우 검진받지 않은 이유로 58.7%가 ‘건강하기 때문에’, 14.6%는 ‘검진에 대해 들어본 적 없어서’라고 답했다. 두 가지 이유에 대한 응답률은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건강에 대한 과신이나 자궁경부암에 대한 무관심, 인식부족 등이 검진의 장애 요소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실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접종한 경우 암검진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문항에 20대의 27.8%가 ‘그렇다’, 19.8%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백신을 맞은 경우라도 암 예방 효과가 다 입증되진 않았기 때문에 자궁경부암 검진은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또 ‘자궁경부암 검진은 5년 주기로 받으면 적절하다’는 문항에 42%가 ‘그렇다’고 잘못된 답을 했다.

이밖에 산부인과 검진 과정에서 느끼는 수치심이나 검진을 통해 성경험 여부가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마음 등도 젊은 여성들의 검진을 꺼리는 데 한몫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민아 국립암센터 암검진사업과장은 “젊은 여성 가운데 자신은 성경험이 전혀 없기 때문에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HPV는 직접 성관계 뿐 아니라 다양한 성접촉 행위로도 옮을 수 있어 감염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리 젊은 연령대이고 아무런 증상이 없다 할지라도 만 20세 이상은 정기적인 자궁경부암 검진을 통해 암을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20대 여성은 자신이 암검진 대상임을 모르고 지나치기도 한다. 만 20세 이상 여성 가운데 짝수년 출생자는 짝수년에, 홀수년 출생자는 홀수년에 해당자 주소지로 검진 안내서가 매년 초 우편 배달된다. 하지만 대학이나 직장생활로 주소지(대개는 부모 주소지)와 다른 곳에서 거주하기도 해 제대로 통지받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올해는 홀수년에 출생한 만 20세 이상 여성 약 900만명(20대는 약 120만명)에게 이르면 23일부터 다음달 중순까지 자궁경부암 검진 안내서가 발송될 예정이다. 통지를 받은 대상자는 연말까지 전국 4000여곳의 지정 암검진기관을 방문해 검진받으면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건강검진 결과표를 이메일로 수령 가능한 것처럼 암검진 대상자 통보도 이메일을 활용하는 등 암수검률을 높이기 위한 개선책을 계속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