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반성 등 ‘변화’에도… 강제 퇴거 갈등은 여전 기사의 사진
지난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철거민 농성 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 6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했다(왼쪽 사진).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일 옛 사고현장 터는 주상복합 건물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20일로 정확히 10년이 됐다. 그간 무분별한 재개발과 철거민 강제퇴거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일말의 변화는 있었다. 참사 당시 경찰의 과도한 진압이 사실로 드러났고 경찰은 무리한 강제진압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강제퇴거를 막기 위한 법률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개발논리에 치여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이들이 존재한다. 보존보다는 개발을, 주거권보다는 재산권을 손들어주는 사회적 인식과 법 제도가 크게 바뀌지 않은 탓이다.

지난 15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선 서울 청량리, 월계인덕마을 등 강제퇴거 조치를 받은 지역의 주민이 모여 ‘용산참사 10주기, 강제퇴거 피해자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용역업체 직원들의 무차별한 폭행과 이를 수수방관하는 지방자치단체 직원, 경찰의 모습을 증언했다. 백채현 전국철거민연합 청량리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청량리를 찾은 용역깡패 200명은 ‘오함마’(큰 망치) 등으로 건물을 부수고 세입자들에게 소화기를 뿌렸다”며 “부녀자를 폭행한 현행범이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갔지만 경찰은 지켜보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강제퇴거 제한에 관한 법’ 제정을 18대 국회와 현 20대 국회에서 제안했지만 이 법안이 제대로 논의된 적은 없다. 이 안에는 ‘개발사업 때 강제퇴거 금지 원칙’ ‘사업 과정과 이후 거주민이 최소한 동등한 수준으로 살아갈 권리’ ‘계획 수립 때 인권영향평가제도 실시’ 등이 명시돼 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발의한 같은 이름의 법안도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 처분됐다.

김일중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20일 “용산참사의 근본원인은 무분별한 민간수용을 허용하는 현행법”이라며 “공익을 명목으로 국민재산권을 강탈하는 행위를 막지 못한다면 또 다른 용산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9월 용산참사 당시 숨진 경찰특공대원과 철거민들에 대한 사과 등을 경찰에 권고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경찰의 움직임은 없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며 “경찰의 물리력 행사 기준 등 개선사항이 마련되면 유족들에게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명확한 진상조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16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용산참사 10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는 이날 외압 논란에 휩싸인 검찰 과거사위원회 산하 진상조사단의 조사팀 재배당 및 추가 기한 연장, 독립적 진상조사 기구를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참사 당시 경찰청장 내정자로 진압작전의 책임자였던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의 처벌도 주장했다.

이들은 “용산참사는 경찰과 검찰의 문제일뿐 아니라 국가정보원과 국군기무사령부, 청와대의 개입 정황이 있는 사건”이라며 “검찰 조사단의 결과 발표 이후로도 풀리지 않는 의혹이 있다면 별도의 국가 조사기구를 구성해 진상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폭력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특례법과 용산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모위는 이날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서 용산참사 10주기 추모제를 진행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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