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신동엽] 위기와 진짜 기업가정신 기사의 사진
현 상황이 경제위기라는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인 것 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의 경제성장률 등 겉으로 드러난 지표도 문제지만 특히 현장 상황은 심각하다. 전체 경제 수준에서 합산된 수치를 다루는 경제학자와 달리 경제활동이 실제 벌어지는 현장인 기업을 연구하는 경영학자인 필자는 최전선 현장의 실무자들을 자주 만난다. 위기가 아니라는 정부 주장과 달리 현장에서는 돌파구가 안 보이는 심각한 저성장 위기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경영자들과 전문가들은 저성장 위기가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단축 등과 같은 문재인정부의 반기업정책 때문에 발생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물론 현 정부가 경제정책을 잘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필자는 우리 경제가 한계에 봉착한 진짜 원인은 정부 정책이 아니라 기업가정신 즉 앙트레프레뉘어십(entrepreneurship)의 고갈에 있으며 따라서 위기를 돌파할 방법 또한 기업가정신뿐이라고 믿는다.

특히 진보정권은 기업가정신을 경제정책의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의 동시 추구도 기업가정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진보정권이 기업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기업가정신에서 말하는 기업가 즉 ‘앙트레프레뉘어’와 일반 사업가를 뜻하는 ‘비즈니스맨’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가 중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사업가는 전체주의 극좌파가 아닌 이상 진보정권에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그렇다면 진짜 기업가정신이란 무엇일까. 기업가정신이라는 우리말 표현은 앙트레프레뉘어십의 부정확한 번역이다. 원래 의미는 위험을 무릅쓰고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탐험가와 같은 태도이므로 개척자정신 혹은 선구자정신쯤 될 것이다. 최근 미국 경제가 전통 제조업과 월스트리트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아마존, 구글, 애플 등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기업들 덕분이다.

기업가정신이란 높은 실패의 위험에도 과감한 한계돌파형 근본 혁신을 통해 획기적 성장을 추구하는 역동적 경영방식이며 벤처기업뿐 아니라 기존 기업들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일반 사업가들이 누군가 이미 가지고 있던 부를 경쟁 등을 통해 낚아채는 가치포획을 추구하는 데 반해 기업가정신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부를 만들어내는 가치창조를 추구한다. 그리고 일반 사업가들이 기존 시장의 파이를 놓고 경쟁하는데 비해 기업가정신은 새로운 시장의 창조를 강조한다. 또 대부분의 사업가들이 위험회피를 중시하는데 기업가정신은 과감한 위험 감수를 강조한다. 기업가정신 없는 사업가가 성공하면 개인의 부가 증가하지만 기업가정신의 결과는 사회 전체 부의 폭발적 증대로 연결된다.

진보정권이 기업가정신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는 새로운 기회와 부의 창조 때문이다. 과거 기업들은 이미 존재하던 부 중에서 자신의 몫을 극대화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이 필연적이었다. 기업가정신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부를 함께 만들어서 공유하기 때문에 갈등이 적다. 더구나 기업가정신은 기업가 자신뿐 아니라 무수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경제 전체의 동반성장이 가능하다. 스티브 잡스의 기업가정신이 만들어낸 스마트폰이 수십만 개 신생 기업들의 탄생 기반이 된 것이 예다. 아직도 정주영과 이병철 등이 한국 기업가의 대명사라는 사실이 말해주듯이 1960, 70년대 고도성장기와 같이 역사적으로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했을 때는 반드시 기업가정신의 급증이 있었다.

따라서 경제가 성장하려면 기업가정신의 고양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문재인정부도 혁신성장을 먼저 추구하고 새로 창출된 부를 통해 소득주도성장을 추구했더라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기업가정신은 정부 정책과 같은 제약조건을 탓하지 않고 그런 제약조건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돌파하는 도전정신이 핵심이다. 따라서 아쉬운 경제정책의 한계를 돌파할 관건 또한 기업가정신에 있다. 우리 경제에 진짜 기업가정신의 부활을 기대해 본다.

신동엽(연세대 교수·경영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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