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민중 시인 네루다의 詩를 창극으로 즐겨 보세요” 기사의 사진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무대로 옮겨 온 창극 ‘시(詩)’의 배우로 나선 소리꾼 유태평양. 최종학 선임기자
창극 무대 위에 ‘시(詩)’가 울려 퍼진다면 어떤 모습일까. 국립창극단의 신(新)창극 시리즈 중 하나인 ‘시’가 지난 18일부터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관객들을 맞고 있다.

극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칠레의 민중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창극으로 재탄생시켰다. 이 대담한 도전엔 판소리의 ‘젊음’을 대표하는 소리꾼 유태평양(27)이 참여했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는 소리꾼 장서윤, 연극배우 양종욱 양조아와 함께 시 자체가 된 창극을 선보이고 있다.

“원래 시를 즐기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번에 매력을 알게 됐어요. 시는 뚜렷한 형태가 없는 장르인 것 같아요. 같은 문장이라도 어제 읽었을 때와 오늘 읽었을 때의 느낌이 다르죠. ‘시가 내게로 왔다’는 시인의 말처럼, 시를 한 편의 음악으로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될 거예요.”

극에는 ‘충만한 힘’ ‘시’ 등 네루다의 작품 10여편이 담겼다. 연출가 박지혜는 극에서 서사를 걷어내는 파격을 통해 소리가 가진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연습도 대본이 아닌 워크숍을 통해 이뤄졌다. 유태평양은 “관객이 1만명이면, 1만 가지의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피하려고 했던 건 어떤 척 연기를 하는 거였어요. 대본이 없으니 시를 읽으면서 내가 느끼는 대로 행동하고, 그 패턴을 찾는 데 집중했죠. 자다가 일어나는 장면 하나도 악몽을 꿨을 때, 누가 깨워서 일어났을 때가 다 다르니까요. 미친 척 연습했던 것 같아요(웃음).”

만 여섯 살에 3시간이 넘는 흥부가를 완창한 유태평양은 오랜 시간 ‘판소리 신동’으로 불렸다. 창극단 단원인 그는 ‘불후의 명곡’(KBS2)에 출연하는 등 우리 소리를 널리 알리는 데도 힘쓰고 있다. 지난 19일 방송에서는 소리꾼 김준수 고영열과 함께 ‘타향살이’를 불러 우승을 거머쥐었다. 신창극도 전통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도전 중 하나인 것 같다고 했다. “변화하되, 변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전통 음악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이 있겠지만, 저는 외연을 최대한 확장해 보고 싶어요. 도전하는 걸 마다하지 않는 편이죠. ‘불후의 명곡’도 우리 음악이 한 번이라도 더 회자된다면 정말 좋은 일이라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는 “신동은 참 무거운 타이틀”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계속 채찍질하며 도전하는 예술인이 되고 싶어요. 이번 무대가 삶을 관통하는 날것 그대로의 느낌 하나를 쥐고 가는 공연이 되길 바랍니다”고 했다. 공연은 26일까지.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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