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先) 본토 위협 제거, 후(後) 완전한 비핵화, 미 전략 변화 조짐 기사의 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7일 평양의 백화원 영빈관에서 네 번째로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면담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뒤쪽에 보인다. 조선중앙TV 캡처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전략에 변화가 감지된다.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서 ‘선(先) 미국 본토 위협 제거, 후(後) 완전한 비핵화’로 궤도를 수정하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비핵화는 긴 과정”이라며 “우리가 그 과정을 겪는 동안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확장 능력을 줄이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18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북·미 고위급 회담을 갖기 전 미디어그룹 ‘싱클레어 방송’과 했던 인터뷰 내용을 20일 공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감축을 언급하자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전략 목표를 현실에 맞춰 수정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비핵화 장기전에 대비해 쉬운 열매부터 손에 넣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1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민의 안전이 최우선 목표”라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폐기보다는 미국 본토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북·미 협상 중엔 북한이 핵무기·핵연료 생산을 동결하는 방안을 북한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미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북한의 핵 능력이 증가하는 것을 막고, 미국 내 회의론자들의 비판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북한의 핵 능력 감축과 동결, ICBM 폐기 카드는 완전한 비핵화보다 낮은 수준의 목표다. 미국이 ‘단계적 접근’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페이스북 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월 말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면담에 대해선 “이번 주에 (북한) 최고 대표단과 아주 훌륭한 만남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속내는 미국 언론에 대한 비판에 있었다. 그는 “언론은 우리가 북한과 관련해 이뤄낸 엄청난 진전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어 “오바마 행정부 말기와 지금을 비교해 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 말기 때 고조됐던 북핵 위기가 트럼프 행정부 들어 크게 완화됐는데 미국 언론은 이런 성과를 보도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한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은 20일 그의 2년간 업적을 정리한 자료를 발표하면서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외교정책의 주요 치적으로 꼽았다. 백악관은 ‘해외에서 미국 리더십의 재건’이라는 항목의 맨 위에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올렸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한반도에 평화와 비핵화의 시작을 가져오는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자평했다. 북·미 정상 간 친서 교환과 고위급 회담 개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한국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의 유해 송환 등을 구체적 성과로 제시했다. 백악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도 ‘미국 국민을 위한 더 나은 협상’ 항목에 넣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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