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탈환’ VS  KB ‘수성’… 불붙은 ‘1등 금융지주’ 大戰 기사의 사진
수성이냐, 탈환이냐. 국내 1, 2위 금융지주사인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리딩 금융지주’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수년간 금융지주의 ‘1등 전략’은 비(非)은행권 계열사 인수·합병(M&A)이었다. 활발한 M&A로 증권·보험 등에서 굵직한 매물을 사들인 KB금융은 2017년 하반기 신한금융을 제치고 ‘1위 금융지주’로 올라섰다. 이에 신한금융은 자산 기준으로 6위 생명보험사인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하며 반격에 나섰다. 여기에 금융지주로 재출범한 우리금융그룹까지 M&A 추진을 선언하며 지주사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금융지주 전쟁에 불을 붙인 건 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16일 금융 당국으로부터 오렌지라이프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으며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오렌지라이프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자산 32조원, 당기순이익 3400억원을 기록한 ‘알짜’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9월 2조3000억원을 투입해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를 사들였다. 이번 인수로 458조원 수준이던 신한금융의 자산 규모는 KB금융(478조원)을 웃도는 490조원으로 불어났다. 지분 100% 인수 시점에 따라 순이익도 KB금융과 어깨를 견줄 만큼 성장하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21일 “신한금융은 은행과 증권, 카드에서 대어를 낚으며 성장한 그룹”이라며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M&A 본능을 되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금융은 본격적으로 수성 태세에 돌입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전략적 M&A를 추진해 그룹 포트폴리오를 더욱 견고하게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과 KB증권(옛 현대증권 합병)으로 보여준 M&A 실력을 다시 선보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시장에 등장한 롯데그룹의 3개 금융계열사(롯데카드·손해보험·캐피탈)가 변수로 떠오른다. 자산 규모가 10조원 안팎인 이들 회사를 어디에서 가져가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KB금융은 “인수 검토를 한 바 없다”고 선을 긋는다. 비교적 상위권에 포진한 손해보험이나 증권, 카드 쪽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생명보험 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출사표를 던진 우리금융의 행보도 시선을 끈다. 수년간 협업 관계를 맺어온 삼성증권에 대한 지분 투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중소형 매물을 사들여 하나금융그룹의 자산 규모를 따라잡은 뒤 향후 2, 3년 이내에 1위 금융그룹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지주가 비은행 계열사 M&A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지나친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다각화를 이루기 위해서다. 몸집을 불리는 데 비은행 M&A가 즉효라는 인식도 강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M&A로 금융지주사들의 격차가 좁아지고 있지만 인수한 회사를 어떻게 이끌고 성과를 창출할지는 별개 문제”라며 “지주사 간 경쟁이 격화될수록 결국 성패를 가르는 건 영업력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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