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동결 ‘착한 전략’ 통했다… 오리온·오뚜기, 이익·점유율↑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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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식품업계가 원재료비와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지난해 말부터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반면 오리온과 오뚜기는 5~10년째 주요 제품 가격을 동결하면서도 매년 영업이익과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대내외 경영 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의 가격 인상이 필연적인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오리온은 2014년 726억원이던 국내 영업이익이 해마다 늘어 지난해 11월 기준 856억원을 기록했다고 22일 밝혔다. 2014년부터 가격 인상 없이 제품 포장재는 줄이고 중량은 늘리는 ‘착한 포장 프로젝트’가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가격 동결이 오히려 효과적인 전략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리온은 효율성 제고와 신제품 개발이 주효했다고 자체 분석했다. 제품 생산, 유통, 재고 관리의 효율성을 높여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고 ‘꼬북칩’ 등 경쟁력 있는 신제품 개발로 영업이익을 늘렸다는 설명이다. 오리온은 2015년 말 물류부문을 신설하고 통합 물류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평균 재고일수가 3일 이상 단축되며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됐다. 8년간 100억원을 투자해 2017년 출시한 꼬북칩은 지난해 한국과 중국에서 누적 판매량 1억 봉지를 돌파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가격 동결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소비자를 유입하는 효과가 있다. 저성장기에 접어들수록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비재를 구매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20, 30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성비를 중시하는 트렌드가 이미 자리 잡았다”며 “가격을 올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가격을 인상하지 않음으로써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뎌냈다’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가격 동결 전략은 단순히 판매량만 늘리는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동반자 이미지를 준다”고 설명했다.

2008년 이후 라면 제품에 한해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는 오뚜기의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역시 매년 늘어나 영업이익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오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8년 ‘진라면’ 가격을 100원 인상한 뒤 모든 라면 제품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2009년 약 10.5%에 그쳤던 오뚜기의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은 2013년 15%를 기록하며 3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이후 2014년 18%, 2015년 20.4%, 2016년 23.1%, 2017년 25.4%, 지난해 25.9%를 달성하며 3위와의 격차를 두 배 이상 벌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과·라면 시장의 경우 경쟁이 치열해 가격을 올릴 경우 되레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며 “(오리온과 오뚜기는) 불필요한 비용 절감과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이익을 확보하고 있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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