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과 만난 광고 ‘펨버타이징’, “양성평등 기여” “갈등 조장” 뜨거운 논쟁 기사의 사진
면도기 브랜드 질레트가 최근 유튜브에 공개한 광고 ‘우리는 믿는다: 최고의 남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을’의 한 장면. 남성들이 팔짱을 낀 채 야외 그릴 앞에 줄지어 서 있다. 스웨덴 의류업체 H&M이 2016년 9월 유튜브에 게시한 광고 ‘#Ladylike(여자처럼)’. 여성 모델이 클러치백을 낀 채 근육질 팔을 거울에 비춰보고 있다. 음료업체 슈웹스의 영상 광고 ‘존중의 드레스’의 한 장면. 생리대 브랜드 올웨이스의 ‘#LikeAGirl(여자답게)’ 영상 광고에서 긴 머리 소녀가 야구공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위쪽 사진부터). 유튜브 캡처
페미니즘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지금 세계는 미투(MeToo)운동 이후 등장하는 ‘펨버타이징’(femvertising·페미니즘과 광고의 합성어)을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성차별적 현실을 드러내는 광고 제작을 통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남녀갈등을 조장하고 페미니즘을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비판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글로벌 기업 P&G의 면도기 브랜드 질레트가 최근 내놓은 영상 광고가 펨버타이징 논쟁에 불을 붙였다. 광고에서 남성들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TV 장면을 무표정하게 보고 있거나, 코미디쇼에서 성희롱 행위를 보고 웃음을 터뜨린다. 아빠들은 아들끼리 싸우는 것을 보고 “사내자식이 다 그렇지”라고 말한다.

질레트는 이 모습들을 ‘유해한 남성성(toxic masculinity)’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자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것’을 버리고 ‘가능한 최고의 남성’이 되라”고 조언한다. 일부 남성들이 정당화하는 여성 차별적 문화를 버리라는 것이다. 이 광고는 1주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2400만건 이상을 기록했다.

광고에 대한 반응은 비난과 옹호로 극명하게 나뉜다. 남성 네티즌들은 “많은 남성 얼굴에 침을 뱉는 격” “이제 형편없는 면도기를 바꿔도 되겠다. 고맙다 질레트!”라고 비꼬았다. 인터넷매체 복스는 “페미니즘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며 “남성용품 광고에 남성 중심의 구조 해체를 추구하는 페미니즘을 활용한 건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피어스 모건 전 데일리미러 편집장은 “우스꽝스럽게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강조하면서 남성성을 폄훼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아리아나 허핑턴 허핑턴포스트 회장은 “꼭 봐야 할 광고”라며 남녀평등 의식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소속 정치인 랜디 브라이스는 “질레트 광고를 보고 기분이 나빴다면 이 광고는 당신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남성을 겨냥한 펨버타이징이 논란된 건 처음이 아니다. 세계적인 음료업체 슈웹스는 지난해 5월 브라질에서 광고 캠페인 ‘존중의 드레스(the dress of respect)’를 진행했다. 센서가 부착된 드레스를 입고 클럽에 간 여성들이 남성들로부터 얼마나 많이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을 당하는지 알아보자는 취지에서다. 캠페인에 참여한 여성 3명은 3시간47분 동안 157차례 접촉을 당했다.

여성 네티즌들은 “페미사이드(femicide·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되는 것)가 만연한 남아프리카에서도 이런 실험을 하면 좋겠다” “이 캠페인 덕분에 진정한 정의와 싸울 수 있게 됐다”고 옹호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사람들로 붐비는 클럽에서 여성과 잠깐 스치는 걸 성희롱 취급하다니 편협하다” “그래봤자 (돈을 벌기 위한) 상업광고”라고 비난했다.

펨버타이징이 2014년 처음 등장했을 때는 주체적이고 당당한 여성상을 보여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당시 P&G 생리대 브랜드 올웨이스의 ‘#LikeAGirl(여자답게)’ 영상 광고는 여성들이 이젠 전통적인 여성성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성은 타고난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스웨덴 의류업체 H&M은 여성 모델이 거울 앞에서 근육을 자랑하는 모습, 지하철에서 치마를 입은 채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담긴 광고를 2016년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 미투운동이 확산되고,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가해 남성들을 직접 비판하는 펨버타이징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펨버타이징이 남성들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최근 세계적인 논쟁거리가 된 이유다. P&G 대변인 데이먼 존스는 질레트 광고에 대해 “모든 남성을 비난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여성과 남성, 이 사회에 보다 높은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평등에 대한 토론과 논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변화를 향한 행동이 시작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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