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는’ 단독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시장은 ‘폭탄’ 안은 듯 기사의 사진
말 많고 탈 많은 부동산 공시가격이 24일 윤곽을 드러낸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가격공시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의 책정 배경을 설명할 계획이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강조했기에 큰 폭으로 공시가격이 오르는 지역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공시가격의 큰 줄기는 ‘고가 단독주택’이다. 22일 국토부에 따르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오는 25일 0시에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공개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하루 앞서 공시가격 산정 기준, 상승률, 책정 배경 등을 설명한다. 표준단독주택은 전국 418만채 중 대표성이 있는 22만채다. 지자체는 표준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바탕으로 아파트 등 개별주택의 공시가격을 책정해 4월에 발표한다.

그런데 왜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를 시장에선 ‘공시가격 폭탄’으로 받아들일까. 이면에는 국토부의 ‘깜깜이 행정’이 자리를 잡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장 불안의 최소화를 위해 ‘속도조절론’에 무게를 더 뒀었다. 시세분석 가이드라인, 시세반영률 상향 목표치를 담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연말까지 만들어 예측성을 높일 방침이었다. 시장에선 ‘공시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지난해 7월 국토부가 설치한 관행혁신위원회의 김남근 위원장은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이 90% 이상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정부가 공시가격을 얼마나 올릴지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은 70% 수준인데 비해 단독주택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50~5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관행혁신위 권고안에 대해 국토부는 “연내 시세반영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담은 로드맵과 감정평가사들의 시세분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곧이어 “구체적 협의는 아직이다”며 물러섰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시세반영률 상향에 대해 전혀 검토한 바가 없다. 시세반영률 90% 발언은 김 위원장의 사견일 뿐 공시가격 현실화 논의는 국토부 차원에서 전혀 진행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당시 국토부는 “올해(2018년) 안을 목표로 개선 방안과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랬던 국토부는 며칠 지나지 않아 로드맵의 연내 발표가 어렵다고 말을 바꿨다. 공시가격이 시세의 90%까지 오른다는 우려가 쏟아지자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목표치나 로드맵 등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공시가격은 보유세 과세표준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노령연금 등의 산정기준으로 활용되고 있어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국토부 단독으로 로드맵을 마련하지 못할 뿐더러, 구체적으로 몇 %를 목표로 할지 분석할 만한 기초 데이터도 없어 검토 불가능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돌연 지난달에 감정평사들에게 고가 토지의 공시지가를 올리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납세자 및 기초수급대상자에게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예상 부담액과 수급 탈락 여부를 알려주는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에 ‘공시가격 급등’이라는 폭탄이 떨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일관성 없는 태도가 혼란을 키웠다고 꼬집는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국토부가 별다른 예고도 하지 않다가 입장을 선회했다. 갑자기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시장의 혼란이 더 커졌다”며 “공시가격을 어느 정도 속도로 올릴지 예측성을 높이기 위해 로드맵 등 구체적 방침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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