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보당국, 비밀 채널 ‘Goon’ 통해 10년 전부터 北과 소통 기사의 사진
김영철(왼쪽)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듀폰서클 호텔 9층에 마련된 회담장을 찾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안내를 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양측의 정보 당국 수장 출신이다. 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0년 전부터 비밀 채널을 통해 미 정보 당국과 소통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교 관계가 없는 미국과 북한의 공식 소통채널은 ‘뉴욕 채널’이다. 하지만 북·미 간에 긴밀히 이뤄지는 비밀대화 창구는 양측의 정보 당국 간 스파이 채널이고 실제로 굵직한 이슈 역시 이들 채널이 가동되면서 이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 부위원장이 정찰총국장 재직 시절이던 2009년부터 10년 동안 극비 창구를 통해 미 중앙정보국(CIA)과 소통해 왔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IA 측은 이 채널을 ‘군(Goon) 채널’이라고 불러왔다. 정찰총국은 북한 인민군의 최고 정보·공작기관이다. 미 정보 당국이 북한의 ‘군(軍)’을 고유명사 ‘Goon’으로 부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2차 정상회담도 북·미 간 스파이 채널이 본격 가동되면서 열리게 됐다. 북·미 양측의 정보채널이 열린 건 2009년쯤으로 추정된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김 부위원장이 ‘키맨’이었다. 김 부위원장은 당시 북한군 공작기관인 정찰총국의 수장을 맡고 있었다.

미국 관리들은 김 부위원장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그는 2010년 천안함 폭침과 2014년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 당시 정찰총국장으로 총지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 채널을 북한 내 강경파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로 활용했다.

CIA 간부가 직접 북한을 방문한 적도 있다. 전·현직 미국 관리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던 2012년 마이클 모렐 CIA 부국장이 평양을 방문했다. 후임자인 에이브릴 헤인스 역시 최소 한 차례 방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도 지난 18일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본 비숍 CIA 부국장과 비공개 접촉을 했다고 한다.

북·미 정보채널은 오바마 행정부 말기 휴면 상태에 들어갔다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마이크 폼페이오 현 국무장관이 CIA 국장에 오르면서 다시 열렸다고 한다. 북한의 전략적 도발과 그에 따른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등 북·미 대립이 위험 수위로 치닫던 2017년 8월에도 CIA 요원이 싱가포르에서 북한 측 인사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비밀 접촉과 관련한 일부 내용은 공개된 적이 있다. 북한은 2014년 자신들이 억류한 미국인 기자 2명의 석방협상을 위해 미국 당국자의 방북을 요구했다. 이에 제임스 클래퍼 당시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평양을 방문해 김 부위원장과 접촉했다. 이런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북·미 정보채널의 활동은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북·미 외교채널은 뉴욕에 위치한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미국 관리들은 뉴욕 채널의 유용성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북한 내부에서 영향력이 떨어지는 외무성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밖에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WSJ에 “정보 당국 간 채널을 이용하는 이유는 위기상황에서도 상대 체제의 고위층과 직접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북한과 같은 나라에서 외교 당국의 역할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총을 든 사람들과 말을 터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한 북·미 실무협상은 21일 마무리됐다. 북·미 양측은 2박3일 동안 스톡홀름 외곽 휴양시설에서 합숙을 하며 담판을 벌여왔다. 양측은 북한의 추가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집중적으로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웨덴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신뢰 구축과 경제 발전, 장기적 대화 등 한반도 관련 이슈를 두고 건설적인 대화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한·일 북핵 실무자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도 합류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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