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김재중] 기업이 신바람 나게 하라 기사의 사진
고(故) 황수관 박사가 1990년대 말 ‘신바람 건강법’으로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적이 있다. IMF 외환위기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우울했던 시기 그는 활짝 웃는 모습으로 신바람을 일으켰다.

2019년 황금돼지해를 맞아 기업들은 신바람 나게 일하고 싶어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정부가 좀 더 기업 의견을 경청해주면 기업도 신바람 나게 일해 ‘함께 잘사는 나라’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기업들이 신바람 나게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기업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기업들이 사업을 하며 느끼는 애로사항을 해소해주면 된다.

대표적인 게 규제개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업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기존 사업을 혁신하고 신산업을 일으키고 싶어도 규제가 옭아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죽했으면 규제가 없는 해외로 연구소와 공장을 옮긴다고 하겠는가. 이종태 퍼시스 회장은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기업이 규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입증해야 하는 현재 방식보다 공무원이 왜 규제를 유지해야 하는지 입증하게 하고, 입증에 실패하면 자동 폐지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바꿔 달라”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이뤄지는 규제는 정부가 선도적으로 노력하겠다”면서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가 곧 시행되면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혁신도 신속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17일 첫발을 뗐다. 이 제도는 모래 놀이터처럼 기업들이 자유롭게 혁신적인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것이다. 시행 첫날에만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총 19곳이 규제특례 신청서를 냈다고 한다. 이번만큼은 정부가 제도 취지에 맞게 부처 간 칸막이를 걷어내고 기업 의견을 경청하여 규제개혁을 실행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유연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과감한 정책을 펼 수 있게 감사원 정책감사를 면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정부가 출범 3년차인 올해 규제개혁 성과를 못 내면 혁신성장은 요원하다. 청와대가 소극적인 공무원들을 독려하고 규제완화에 반발하는 시민단체와 진보 진영을 적극 설득해야 하는 이유다.

기업을 옥죄는 것은 또 있다.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 경영권을 위협하고 영업을 제한하는 법안들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일부 기업이 우려하고 있는 대목이 있다”며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법보다 시장의 자율적 감시 기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기업이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공정한 경쟁을 해친다면 규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넘어서는 과도한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 강성 노조도 기업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다.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세계 인적 자원 경쟁력 지수’를 보면 한국의 노사협력도는 지난해 꼴찌 수준인 116위에서 올해는 120위로 더 떨어졌다. 반기업 정서도 기업인의 기를 꺾는 요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2018년 기업 호감지수’를 조사한 결과 53.9점으로, 전년보다 1.9점 하락했다. 하지만 국가경제 발전 기여, 일자리 창출 등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세계 시장을 뛰면서 회사 사업을 늘리고 외형을 키우는 게 기업인들의 보람”이라며 “그 수확으로 임직원과 더불어 삶의 터전을 만들어나가고 세금을 많이 내 나라살림에 보탬이 되는 게 저희가 아는 애국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상황이 불확실한 올해, 우리 기업들이 신바람 나게 일해 그 결실을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나눌 수 있길 바란다.

김재중 산업부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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