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은 시대를 앞선 미투 운동가” 기사의 사진
미국에서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채수경(가운데)씨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 여성 행진 시위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사진이 담긴 포스터를 들고 있다. 채수경씨 제공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여성행진(Women’s march)’ 시위에서 낯익은 얼굴이 포착됐다. 한 참가자가 들고 온 포스터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진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포스터를 만든 채수경(27)씨는 23일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제는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들과 함께 걸으며 그들의 활약과 희생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뉴욕대(NYU) 대학원에 재학 중인 채씨는 여성행진을 3개월 앞둔 지난해 10월부터 이번 캠페인을 계획했다. 여성과 소수자 권리 증진을 요구하는 여성행진은 2017년 시작돼 매년 미국 주요 도시에서 수백만명이 참가하고 있다.

채씨는 “할머니들은 ‘미투 시대’를 훨씬 앞선 미투 운동가”라며 “위안부 문제는 마땅히 여성행진에 가져와야 할 주제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채씨의 포스터에는 고(故) 김학순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54명의 얼굴 사진이 진열됐다.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할머니들의 사진을 선별한 뒤 그 위에 ‘위드유(with you)’라고 적었다. 채씨는 “수십만명이 모이는 집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알리려면 특별한 포스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할머니들의 사진을 전면에 내세우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문구 ‘위드유’를 써서 한국적인 요소를 더했다”고 했다.

채씨는 “현장 반응도 긍정적이었다”고 전했다. 행진에서 만난 참가자들은 채씨에게 “매우 강렬하다(It’s very powerful)”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줬다고 한다. 채씨는 “취재진뿐만 아니라 시위 참가자들도 다가와서 구경하고 포스터 사진과 영상을 찍어갔다”고 말했다.

SNS에 올린 캠페인 사진에도 수백건의 ‘좋아요’가 달렸다. 채씨는 “특히 많은 일본인 친구들이 ‘좋아요’를 눌러줘서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캠페인 전부터 일본인 친구들에게 왜 위안부 문제를 알려야 하는지 설명해줬다”며 “그들도 동의하면서 할머니와 나를 응원해줬다”고 했다.

채씨의 캠페인으로 한인사회 열기도 뜨거워졌다고 한다. 채씨는 행진을 앞두고 “한국 여성을 대표하러 나가자”고 한국인 지인들을 불러모았다. 그는 “개인 사정으로 갈 수 없는 사람도 많았지만 모두 문자로 응원해줬다”며 “한 언니는 행진할 때 추울 거라며 핫팩을 가득 챙겨줬다”고 말했다.

채씨는 “포스터를 만들 때 세 보니 살아계신 할머니가 몇 안 돼 눈물이 났다”고도 했다. 사회적 소수자의 저항 사례를 연구 중인 그는 “위안부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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