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기관 122곳 지방이전 탄력, 수도권 버틸 근거 사라졌다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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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공공기관들의 ‘2차 지방 이전’에 힘이 실린다. 법제처가 수도권에 잔류한 공공기관도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지방으로 이전하는 게 타당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사실상 수도권에 꼭 있어야 하는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지방으로 옮기라는 것이다.

대상 공공기관은 122곳이나 된다. 이들 공공기관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정 이후 설립됐다는 걸 명분으로 그동안 지방 이전에서 벗어나 있었다. 정부 차원에서 검토를 시작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지방 이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가 23일 입수한 법제처 문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문의한 내용에 대한 유권해석을 담고 있다. 산업부는 법제처에 ‘대통령이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혁신도시 활성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18조 1항의 적용 대상’을 질의했다. 법제처는 수도권에 남은 공공기관도 지방으로 옮기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법제처는 “이전 대상 공공기관인지 여부는 해당 기관의 설립 시점이 아닌 해당 기관의 성격이나 업무 특성상 수도권에 소재하는 것이 적합한지를 기준으로 하는 게 타당하다”고 못 박았다.

그동안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제정된 2005년 이후 설립·지정된 공공기관에도 법을 소급 적용하느냐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 위치한 공공기관 중 122곳은 지방 이전 대상에서 빠졌다.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에 ‘방아쇠’가 될 수 있다. 특히 집권여당의 당대표가 추진하는 사안이라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됐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취임과 함께 수도권에 남은 공공기관을 모두 지방으로 옮겨가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지난달 3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숙원사업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22개 공공기관이 모두 지방으로 이사를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제처는 유권해석을 내리며 ‘업무 특성상’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수도권에 있을 필요가 명확한 공공기관은 남아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은 금융 공공기관이라는 특성을 감안할 때 ‘수도권 잔류’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굳이 수도권에 남을 필요가 없는 공공기관도 많다. 근로자 1000명 이상 공공기관 가운데 한국지역난방공사, 우체국시설관리단, 코레일네트웍스 등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한국임업진흥원, 해양환경관리공단처럼 성격 자체가 수도권에 본사를 두는 게 부적절해 보이는 곳도 있다.

다만 2차 지방 이전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실무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전 문제는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결정해야 실무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데 아직 그 단계도 아니다”며 “아직은 이 대표가 언급한 수준으로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신준섭 전성필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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