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촉발·인사 보복… 안태근 징역 2년 법정구속 기사의 사진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뒤 인사보복한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법정구속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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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와 인사 불이익을 폭로하며 ‘미투(#MeToo)운동’의 시발점이 된 서지현 검사의 주장이 1심 법원에서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1월 29일 첫 폭로 이후 359일 만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검사장은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 전 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그 자리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2년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는 정장에 넥타이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지만 재판 직후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재판부는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덮기 위해 오히려 보상을 받아야 할 피해자에게 도리어 인사상 불이익을 가했다”고 안 전 검사장을 질타했다. 또 “인사상 불이익으로 피해자(서 검사)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서 검사 변호인인 서기호 변호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기록을 꼼꼼히 살펴봐준 법원에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서 검사는 24일 오전 10시30분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안 전 검사장은 2010년 10월 30일 서울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옆자리에 앉은 서 검사를 성추행하고 이를 덮기 위해 2015년 8월 정기인사에서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기소 단계에서 성추행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로 제외됐다. 안 전 검사장에게는 인사 불이익과 관련된 직권남용 혐의만 적용됐지만 재판부는 성추행 혐의부터 따져 판결했다. 인사 불이익을 줄 만한 동기가 성추행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장례식장에 참석한 검사들의 진술 등에 비춰볼 때 강제추행이 이뤄졌다고 봤다. 또 법무부 감찰관실의 진상조사 착수로 이 사실이 검찰 내부에 널리 알려진 점을 감안할 때 안 전 검사장이 자신의 행위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여주지청에서 근무했던 서 검사를 통영지청으로 발령한 것은 검찰 인사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부정적인 세간의 평가 때문에 통영지청에 서 검사를 배치했다는 안 전 검사장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사 담당 검사에게 인사 원칙에 반하는 서 검사의 인사안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안 전 검사장 행위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게 재판부의 결론이다.

주먹을 꽉 쥔 채 선고를 듣던 안 전 검사장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실형 선고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한 그는 굳은 표정으로 “저로서는 상당히 너무 뜻밖이다. 항소심에서 다투겠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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