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초계기 또 근접 위협… 軍 “명백한 도발, 강력 규탄” 기사의 사진
서욱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해군 함정을 향해 초계기로 수차례 근접 위협비행을 한 일본 측을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P-3)가 23일 이어도 인근 공해상에서 우리 해군 함정을 향해 저고도 근접 위협비행을 했다. 지난달 20일 P-1 초계기의 위협비행에 이어 비슷한 비행 패턴으로 또 다시 우리 해군 함정을 위협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명백한 도발행위”라고 규탄하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가뜩이나 악화일로를 걷던 한·일 관계는 이제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우려되는 상황으로 심각해졌다. 양국이 군사 문제로 이처럼 첨예한 갈등을 빚은 것은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이다.

일본 초계기는 이날 오후 2시3분쯤 이어도 서남쪽 131㎞ 해상에서 이동하던 대조영함을 향해 고도 60~70m에 540m 거리까지 근접해 비행했다. 이 해상은 중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곳이다. 우리 해군은 “경로를 이탈하라” “더 이상 접근하면 자위권적 조치를 취하겠다” 등 경고 통신을 20여 차례 일본 초계기에 보냈다. 이에 일본 측은 “국제법적인 비행을 했다” “우군국(우방국)이며 식별할 수 있는 항공기에 대해 자위권적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철회를 요망한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욱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국방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초계기가 우리 해군 함정을 명확하게 식별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저고도 근접 위협비행을 한 것은 명백한 도발행위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서 본부장은 지난달 20일 일본 초계기가 고도 150m에 500m 거리까지 접근해 위협비행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일본 정부에 분명하게 재발 방지를 요청했음에도 오늘 또다시 이런 저고도 근접 위협비행을 했다. 일본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달 20일 조난된 북한 어선을 구조하는 작전을 펴던 해군 광개토대왕함에 저고도 근접 위협비행을 한 뒤에도 지난 18일 율곡이이함, 22일 노적봉함·소양함을 향해 비슷한 위협비행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최근 한 달여간 모두 네 차례 위협비행이 실시된 것이다. 다만 지난 18일과 22일엔 비교적 멀리서 위협비행을 했기 때문에 군 당국은 일본 측에 항의만 하고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서 본부장은 “그동안 한국은 인내하면서 절제된 대응을 했음에도 일본은 지난 18일, 22일에도 우리 해군 함정에 대해 근접 위협비행을 했다”고 지적했다.

한·일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은 상태다.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군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조치로 갈등이 깊어진 양국 관계는 이번 비행 도발을 기점으로 한동안 되돌리기 어려운 악화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의 양자회담에서 위협비행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국방부는 이날 주한 일본무관을 불러 강력 항의하고 재발 방지책을 요구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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