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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희귀질환 지원 늘린다더니… 다운증후군 지원은 ‘뚝’

전문가 “질병 특성 무시 탁상행정”

[단독] 희귀질환 지원 늘린다더니…   다운증후군 지원은 ‘뚝’ 기사의 사진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란 걸 알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정부가 병원비를 지원해줘서 아이가 합병증으로 더 아프게 된 상황도 버텨왔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지원이 끊긴다니 하루하루가 지옥입니다.”

다운증후군(섞임증 유형)을 앓고 있는 두 살배기 아이의 어머니 노모(34)씨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그의 딸은 최근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선 다운증후군의 합병증으로 보고 있다. 병원비가 몇 배로 늘었지만 정부의 지원은 끊길 위기에 처했다. 이달부터 희귀질환 지원제도가 바뀌면서 아이가 앓고 있는 유형 중 일부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희귀질환자 지원 강화’ 선언 이후 관련 제도가 개정됐지만 오히려 일부 환자는 의료비 지원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의료비를 지원하는 희귀질환 수를 확대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질병 수를 늘린 대신 지원 기준을 상향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치료법이 나온 것도 아닌데 명확한 근거 없이 지원을 중단했다”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부터 산정특례 대상 기준을 바꿨다. 산정특례는 희귀질환(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인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의료비를 90%까지 지원해주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산정특례 대상 질환이 827개에서 927개로 늘렸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원을 받던 환자들이 탈락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다운증후군의 일부 유형이 그 예다. 다운증후군은 유형이 삼염색체증, 전위형, 섞임증형, 상세불명 등으로 나뉜다. 정부는 이 중 전위형과 섞임증형, 상세불명은 신체장애 3급·정신장애 2급 이상이거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만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유형이 다르다는 이유로 지원 여부가 갈리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과 교수는 “다운증후군의 각 유형들은 합병증 위험도나 증상이 차이가 없다. 지원 기준이 왜 다른지 모르겠다”며 “안 그래도 건강보험공단에 ‘말이 안 된다’고 질의했더니 다른 지원도 있다고만 했다”고 했다. 고정민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전위형은 삼염색체증과 마찬가지로 합병증 위험이 높아 장애 등급이 높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지원 기준을 ‘정신장애 2급 이상’으로 둔 것도 작위적이라는 지적이다. 사회복지법인다운회 관계자는 “다운증후군 환자들은 중증 장애(1~3급)로 3급이 많다. 올 하반기 장애등급제가 사라지는 마당에 지원 기준을 장애 2급에 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산정특례 기준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산정특례 등록 기준을 엄격하게 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정됐다”며 “삼염색체증의 경우 한 자문 교수가 장애 등급으로 중증도를 알 수 없다고 해 삼염색체증에만 지원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했다.

다른 희귀질환도 지원 기준이 엄격해졌다는 점에서 형평성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희귀질환 지원을 확대한다고 했지만 예산이 한정적이니 겉으론 질환을 새로 추가하는 반면 질환별 인정 기준은 엄격해지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신현민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은 “지원을 일방적으로 끊은 건 완치가 불가능해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인 희귀질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처사”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다운증후군의 지원 기준에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전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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