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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봉영식] 방위비 협상 합리적 판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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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 방위비 분담 협상을 두고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위기론의 중심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처럼 모든 이슈를 거래로 규정하는 대통령이 없었다. 세계 초강대국 대통령이 1개 포대에 해당하는 사드 이슈에 격노했었다. 단기차익 실현에는 동맹도 무시했다. 2017년 트럼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고자 할 때, 허버트 맥매스터 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북핵 위기가 심각한 지금은 동맹국에 무역 이슈를 제기하기에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바로 그래서 지금이 무역문제 재협상을 제기할 최고의 기회”라면서 “한국이 군사적 보호를 원한다면 우리에게 레버리지가 있다”고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작년 11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약식(pull-aside)으로 30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한국이 12억 달러(1조3554억원)는 내야 한다고 말하는 걸 잊지 않았다.

한·미 방위비 실무협상 막판 미국 측이 제시한 마지노선은 한국의 분담금은 ‘무조건’ 10억(billion) 달러 단위여야 하고 협정 유효기간도 현재 5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것이다. 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해 12월 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다른 방식으로 이행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 것이 알려지면서 미국 정부가 향후 주한미군 감축을 방위비 분담금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미국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압박용으로 5000명 규모의 미 2사단 예하 전투여단의 순환배치를 한국이 미국 입장을 수용할 때까지 연기할지 모른다. 이 경우 순환배치되지 않은 지상군의 주둔비용은 미국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상대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체결되고 나서 그동안 미국이 부담했던 지상군 병력 주둔비를 한국 정부에 분담금 협정에 얹어서 차후에 요구하면 된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주한미군 병력 축소를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전향적 조치’로 포장할지도 모른다. 미국은 한국을 시범케이스로 삼는 것이 곧 있을 독일 및 일본과의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데 유용하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자칫 감정적 대응으로 흐르거나, 남북 화해무드 조성을 위해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판을 깨도 나쁠 게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는 미국의 고압적이고 비합리적인 요구에 굴복하지 않고 국가 자존심과 국민의 혈세를 지켰다고 주장할 수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미국에 끌려다닐 수 없으니 이참에 자주국방 속도를 내고 전시작전통제권도 조속히 환수해야겠다고 결심할 수 있다.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으로 압박하면,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주한미군 철수에서 변화가 있으니 이제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김정은 정권을 설득할 수 있는 카드로 여길 수도 있다. 누군가 이 정부 때문에 한·미동맹이 파탄났다고 비판한다면 방위비 분담금 협상 한번 안 됐다고 깨지는 동맹이라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답하면 된다.

하지만 결국 국가안보의 문제는 감정이나 국내 정치 이익이 아닌 더 큰 합리성 차원에서 판단해야 한다.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반미면 좀 어떠냐’란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후 노무현은 대규모 이라크 파병, FTA 추진 등 실리주의에 입각한 한·미 관계와 안보정책을 선택하였다. 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는 노무현-부시 재임기간을 놓고 “레토릭상으로 볼 때 한·미 관계는 항상 위태위태하고 충돌이 많았지만, 양국 정부가 실제로 협력하여 도출한 결과를 놓고 본다면 역사상 가장 많을 일을 성취한 시기”라고까지 평가하였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였다고 자처하는 문재인정부가 어떻게 한·미 방위비 분담 협정을 결정할지 주목한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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