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성기선] 혁신학교 효과 긍정적이다 기사의 사진
학교가 위기에 처해 있다. 2000년 초반부터 본격 제기되기 시작한 공교육 위기론은 갈수록 더 심화돼 왔다. 학교붕괴론, 학교폭력, 조기유학, 학생자살, 입시위주교육, 사교육 열풍, 공교육에 대한 불신 등 시기에 따라 제기되는 방식은 다르지만 학교교육의 권위와 위상을 흔드는 일이 빈번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지난 10여년 동안 경쟁교육을 강화시키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통해 우리 공교육은 더욱 심각하게 왜곡돼 왔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새로운 학교가 바로 혁신학교다. 2009년 경기도로부터 시작된 이 혁신학교 운동은 이제 전국적으로 확산됐으며 중앙정부의 교육정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서울에서는 신설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려는 교육청 정책에 학부모들이 반대 의견을 강하게 제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반대론의 핵심은 혁신학교가 학생들의 학력을 저하시킨다는 점이다. 연구자의 시선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면 답답한 측면이 없지 않다. 지금까지 혁신학교 성과와 관련된 적지 않은 연구 결과를 보면 적어도 혁신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일반학교에 비해 떨어진다는 증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반면 수업참여도, 교우관계, 학교만족도 및 교사·학생 관계 등 정의적 영역에서는 전반적으로 혁신학교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 서울시에서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부정적 의사표현이 제시되고 있을 즈음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혁신학교 성과분석’이라는 연구보고서가 제출됐다. 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수학과 영어는 학생들의 성취도 성장 유형이 일반학교와 비교할 때 차이가 없었다. 초등학교 시기에 성취도 수준이 낮은 학생들의 경우 혁신 중학교에 다니게 되면 성취도 향상도가 더 높다. 그리고 정의적 영역(만족도, 참여도, 교우관계 등)에서는 전반적으로 혁신학교의 효과가 긍정적이었다.’ 이러한 연구의 자료는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의 모든 학생이 참가한 국가수준 성취도평가 결과다. 혁신학교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학업성취도 하락의 주범이 혁신학교라는 논리는 적절하지 않음을 이 연구는 밝히고 있다.

처음 혁신학교를 시작하도록 했던 철학과 노력은 매우 가치 있는 것이다. 적어도 지난 교육개혁의 과정에서 아래로부터의 학교 개선 노력은 많지 않았다. 위로부터의 개혁은 항상 실패를 거듭하였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교사들의 자발성에 기초한 혁신학교 운동은 초심으로 돌아가 공교육을 살리고자 하는 노력으로 지속돼야 한다.

미국에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추진했던 다이앤 래비치가 자신의 정책이 잘못됐음을 고백한 ‘미국의 공교육 개혁, 그 빛과 그림자’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오늘날 공교육은 분명히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공교육을 개혁하려는 시도는 아이러니하게도 공교육의 질을 저해하고 존속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학교를 개선하고, 그 학교에 진정한 배움의 요소를 불어넣으며, 그 배움을 가능하게 할 여건을 회복하는 데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아마도 우리가 혁신학교에 기대하는 것은 이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른 어떤 것보다 학교에서 진정한 배움의 요소가 회복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사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혁신학교이며 그 방향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것은 혁신학교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계속 변화·성장하는 개념과 실체이기 때문이다. 혁신학교는 평등성과 수월성을 추구하는 ‘만인을 위한 수월성교육(excellent education for all)’을 지향해야 한다. 모든 학생이 자신의 자질과 적성을 충분히 발현할 수 있는 교육을 실현해 나가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교사, 학부모, 학교 행정가의 노력이 결실을 맺도록 하기 위한 혁신교육정책, 혁신교육행정이 가능해야만 한다. 위로부터의 개혁이 아니기 때문에 아래로부터의 변화 노력을 지원하고 후원하도록 하는 방향의 수평적 리더십을 발휘해 나갈 필요가 있다. 혁신학교를 통해 공교육의 다양한 병폐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좀 더 기다리고 지원하고 함께하려는 태도가 요청되는 시점이다.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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