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상근] 공정성과 효율성의 뫼비우스 띠 기사의 사진
보수정부의 지나친 효율성 강조로 초래한 양극화는 민심이반으로 이어졌다. 이에 공정성을 강조하는 새 정부가 들어섰고 3년째가 됐다. 이번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달리 각종 정책에 ‘공정성’을 부각하고 있다. 예를 들면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그리고 사회적 가치의 강조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에 대한 풍선효과가 여러 군데서 나타나고 있다. 일전에 필자는 타이어 교환을 위해 파주에 위치한 타이어 전문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주유를 위해 주유소를 자세히 살펴보니 거의 모든 주요소가 셀프주유소로 변경되었고, 시외로 나갈수록 1원이라도 싸게 주유가격이 표시되어 있었다. 최근에는 친척이 운영하는 중소기업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제자와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주 5일 하던 아르바이트가 주휴수당 때문에 월·수·금 3일 짬짜미로 바뀌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전 5일 동안 처리하던 일을 이제는 3일 안에 모두 처리해야 해 노동강도는 오히려 훨씬 강해졌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공정성의 역설이다.

세율과 세수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래퍼 곡선이론으로 알려진 아서 래퍼 교수는 임금상승은 기업성장의 결과물이라 언급했다. 즉, 임금이 이윤을 만드는 것이 아닌, 생산성이 이윤을 창출해낸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고용의 수요가 많아질 때 임금 또한 같이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즉, 임금은 노동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므로 임금상승은 정부정책을 통해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닌 실질적 경제활동을 통해서 상승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래퍼 교수의 주장은 최근 서강대 혁신과 경쟁연구센터 연구에 의해서도 확인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5년간 반도체를 제외한 국내 10대 주력 산업의 부가가치, 고용, 노동생산성, 수출증가율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했다. 주목할 만한 지표는 바로 노동생산성이다. 노동생산성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상승률이 4.1%로 상승세였지만 2012년부터 2017년까지는 -0.9%로 이 시기는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산업별로 분석해 보면 5년 한국경제를 지탱한 휴대전화(-15%), 자동차(-3.9%), 디스플레이(-1.3%) 업종조차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노동자를 한 명 더 고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최저임금 상승과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이를 래퍼 교수의 주장에 대입해 보면, 급격한 최저임금의 상승으로 인해 대부분의 기업은 이윤을 창출해내지 못해 노동생산성 하락을 불러왔고, 이는 도리어 기업으로 하여금 고용을 줄이게 하는 악순환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은 바로 일자리 창출이었다. 정부는 2018년에 3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으나 이는 결국 공수표에 그쳤으며, 2019년에도 1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내겠다고 하나 아이러니하게도 일자리와 각종 지표에 영향을 주고 있는 최저임금은 16.4%를 상승시켰다. 고용은 달성할 수 있는 달성 지표가 아닌 각종 정책과 경제활동의 결과로 정해지는 것이다. 정부는 당장 일자리를몇 개를 창출하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경제활성화를 통해 기업들이 고용을 늘릴 수 있게 정책적 토양을 먼저 제공해야 할 것이다. 최근의 최저임금 논쟁은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일자리 창출과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경제상황은 분명 좋지 못하다. 경기가 어려울 때는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사회적 가치 등 결과의 공정성을 지나치게 앞세우기보다는 감세, 규제완화나 자율적 경제정책과 같은 효율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아야 한다. 공정성과 효율성은 이율배반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뫼비우스의 띠처럼 한 방향이 지나치면 자연스럽게 다른 방향으로 옮겨진다. 단순히 고용목표를 정해 놓고, 결과의 평등을 바랄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의 효율성을 통해 선순환적 공정성을 확대하는 정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상근(서강대 교수·경영학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