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송길원 (10) TV 출연 가정문제 진솔하게 풀어내자 열광

‘하이패밀리’로 이름 바꿔 재탄생, 기독교 정신 갖춘 가정 NGO로… 원불교 방송에서도 섭외 와

[역경의 열매] 송길원 (10) TV 출연 가정문제 진솔하게 풀어내자 열광 기사의 사진
송길원 목사(왼쪽 세 번째)가 2002년 ‘아침마당(KBS)’ 패널로 참여해 이야기하고 있다.
‘송길원 스페셜(EBS)’ ‘우리 아이 달라졌어요(SBS)’ ‘김미화 U(SBS)’ ‘시사매거진(MBC)’ ‘인간 극장(KBS)’ ‘아침마다(KBS)’…. 2000년 한 교회의 집회에 참여하니 플래카드에 나의 이력이 이렇게 적혀있었다. 순간 마지막 항목인 ‘아침마다’를 보고 피식 웃었다. ‘아침마당(KBS)’에 가끔 참여한 적이 있었지만 ‘아침마다’ 나간 일은 없었다.

“주님, 저분의 실수가 되지 않도록 제가 아침마다 나가면 안 될까요?” 기도의 응답대로 7개월간 아침마당의 고정패널로 참여하게 됐다. 대중의 눈높이와 설득의 힘을 배운 것은 큰 축복 중 하나였다.




아침마당보다 먼저 참여한 것은 ‘송길원 스페셜’이었다. 내 이름 석 자가 붙은 프로그램이라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당시 도올 김용옥 선생의 기독교 폄하 발언으로 교계가 시끌시끌할 때였다.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데도 사람들은 열광했다. 시청률 높이기 운동까지 벌어졌다.

사람들은 진솔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카메라 기자는 내 이야기를 듣다 눈물을 훔칠 정도였다. 방송은 여심(女心)을 흔들었다. 대개 숨기고 싶은 가정 문제에 많은 공감을 한 것이다.

그때까지 ‘기독교가정사역연구소’란 이름으로 방송하고 있었다. 한 방송사에 출연했는데 방송 전 피디가 ‘기독교’라는 단어는 떼자고 했다. 편파 보도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정사역연구소장’으로만 소개하기로 했다.

방송 중에 진행자가 물었다. “사역이 무엇입니까?” 순간 당황했다. 사역이 영어로 ‘미니스트리(Ministry)’라고 대답했다. 못 알아듣는 듯했다. 다시 말했다. “일 사(事)에 일 역(役)입니다.” 그러자 즉각 답이 돌아왔다. “일에다 일이면 중노동 아닙니까?”

그제야 우리만의 리그였다는 것을 알았다. 간판부터 바꿔야 했다. 고민을 거듭했다. 그렇게 해서 지어진 이름이 ‘하이패밀리(Hi Family)’다. 패밀리(Family)를 풀면 ‘아빠 엄마 사랑해요(Father and Mother I Love You)’가 된다. 하이(Hi)는 반가움을 담아낸 인사이기도 하지만, 숨은 뜻은 ‘행복한 혁신(Happy Innovation)’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2002년 기독교 정신을 갖춘 가정 NGO로의 재탄생이었다. 뜻밖의 질문이 가정 사역을 교회 울타리 안에서 세상으로 끌어내고 있었다.

2002년 말 대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캠프의 언론특보가 찾아왔다. 후보 지원 방송 연설을 해 달라고 했다. 4번 주자 홍사덕 의원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대변인 출신에다 인기인이었다. 더럭 겁이 났다. 조건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원하는 것은 다 해주겠다고 했다. 며칠 고민하다 결국 안 하기로 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2007년 대선 때도 나를 부르는 손짓이 있었다.

나는 안다. 유혹이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를. 그런데도 30여 년간 가정사역을 향해 외길을 걸을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마 6:13) 나는 지금도 이 대목에서 가장 많이 떤다. 아니 가장 간절해진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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