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배병우] “올해 최저임금, 중위임금의 75% 됐다” 기사의 사진
임계치인 ‘중위임금 60%’ 훌쩍 뛰어 넘어 세계 최고치
김낙년 교수 “근로자 세 명 중 한 명 임금 더 올려줘야 하는 등 예상보다 광범위한 충격”
1∼2년은 최저임금 동결하자는 주장에 힘 실려


새해에도 최저임금을 빼놓고 한국 경제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아니, 새해 들어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의 수렁이 더욱 깊어졌다. 청와대도 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다고 하지만 심상찮은 후유증에 내심 당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최저임금 파장은 정부는 물론 민간 학계에도 미스터리다. 한국노동경제학회장을 역임한 한 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도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나 자신을 포함해 동료들도 최저임금의 충격이 이 정도로 클 줄은 예상치 못했다.” 왜 지난해부터 최저임금 인상이 이처럼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는가. 이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제대로 된 정책 수립과 집행이 어렵다. 피해 방지는 물론 기존 사태의 수습도 불가능하다.

한 가설은 이렇다. 과거 정부도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려 문재인정부가 집권했을 때 이미 최저임금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정부 4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연평균 7.4%다. 그 기간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1.1%)의 7배에 가깝다. 여기에 자동화 기술 발달이 가세했다. 정보기술과 로봇화 진전으로 인력 대체가 훨씬 쉬워졌다. 눈에 띄게 늘어난 셀프주유소, 키오스크, 첨단 공장자동화 장치 등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촉발한 고용 축소의 증거들이다.

그러나 막연한 가설이 아니라 통계와 데이터로 뒷받침되는 분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급 8350원(주휴수당 포함시 1만20원)이라는 최저임금 수준이 전체 임금과 소득 분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돼야 한다. 핵심 사항은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받는 근로자 비중은 얼마인지, 최저임금이 전체 임금 분포에서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는지, 기업과 고용주는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이다.

이와 관련해 저명한 소득분배 전문가인 동국대 경제학과 김낙년 교수의 최근 보고서는 주목할 만하다. 김 교수 연구는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의 근로소득세 자료를 근간으로 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정부가 이용하는 기본 통계자료인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와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는 소득 하위그룹이 다수 누락돼 있어 최저임금제 영향이 과소평가됐을 공산이 크다는 게 김 교수 주장이다. 소득세 자료는 표본조사인 두 통계와 달리 전수조사 데이터라는 점에서도 우월성이 있다.

올해 10.9% 오른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전체의 32%인 639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려면 전체 근로자 세 명 중 한 명은 임금을 올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의 추정치(18.3~25%)보다 훨씬 높다.

더 주목되는 건 최저임금 수준이다. 김 교수는 2017년까지 나와 있는 소득세 자료에 명목임금 증가율(추정) 5.9%를 적용해 지난해 추정 근로소득 분포를 구했다. 이를 토대로 한 올해 중위임금(가장 높은 근로자 임금부터 순서를 매겼을 때 한가운데 있는 임금)은 2811만원이다. 이에 따라 올해 최저임금(시급 8350원을 연봉으로 환산한 2094만2000원)은 중위임금의 74.5%가 된다.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 74.5%는 세계 최고치다. 세계은행과 국제노동기구(ILO) 등에서 최저임금의 영향을 가늠할 때 임계치로 여기는 게 중위임금 60%다. 근로자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이 수치를 넘으면 임금 질서 교란 등으로 경제에 본격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소득주도성장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이상헌 ILO 고용정책국장도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45~60%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했다. 바꿔 말하면 60%를 넘으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이 커진다는 의미다. 선진국 중 가장 최저임금 수준이 높은 프랑스도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60%대에 들어선 이후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있다.

윤희숙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김 교수 연구의 방법론을 상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 74.5%는 충격적인 수치”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공식 통계로 추정해도 올해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60%대 초중반에 올라선 것은 확실하다고 본다. 이미 경제가 최저임금 태풍 영향권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 교수의 결론은 이런 추정치보다 10% 포인트 높다.

여기에다 저임금 근로자층이 광범위하게 형성된 한국 노동시장의 특징도 최저임금 인상의 파괴력을 키우는 요소다. 임금이 낮고 부가가치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중소업체에 최저임금의 충격이 집중되고 있는데 정책 당국은 이를 간과하고 밀어붙였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정부 예상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파괴적이란 게 김 교수의 결론이다. 1~2년은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재계 엄살로 흘려들을 수 없게 됐다. 각종 통계와 연구 결과는 최저임금 인상 행진에 휴지기를 줘야 함을 가리킨다.

논설위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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