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저편 불타오르면, 금빛 억새 위로 황홀한 군무 기사의 사진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남저수지 인근 논에서 먹이 활동을 하던 천연기념물 제203호 재두루미가 해질 무렵 노을에 물든 저수지 위로 떼를 지어 날아가고 있다. 저수지에는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등 겨울 철새들이 찾아와 겨울을 나고 있다.
경남 창원시 주남저수지는 철새들의 낙원이다. 몸을 쉴 수 있는 넓은 저수지와 먹이가 풍부한 대산평야가 철새들에게는 천혜의 보금자리다. 드넓은 물 위를 한가롭게 노니는 겨울 철새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우리나라 대표 철새도래지답게 천연기념물 재두루미를 비롯해 큰고니, 저어새 등 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겨울을 보낸다.

주남저수지는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낙동강 배후 습지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농경지를 개간하면서 홍수 방지와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9㎞(전체 둘레는 26㎞)에 이르는 제방을 쌓았다. 총면적은 898만㎡다. 주남저수지는 3개의 저수지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당시엔 마을 이름을 붙여 용산늪, 산남늪, 가월늪 등으로 불렸다. 현재 ‘메인’에 해당하는 주남저수지와 산남저수지, 그리고 동판저수지다.

먼저 저수지 입구에 위치한 생태학습관과 람사르문화관을 들러보자. 창원에서 개최된 람사르총회를 기념해 지은 람사르문화관은 습지 생명을 보존하는 람사르협약 의미와 주남저수지 가치를 상세하게 알려준다. 람사르문화관 2층에 오르면 주변 논밭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철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주남저수지 제방으로 올라서면 철새들이 펼쳐놓는 그림 같은 풍경을 마주한다. 여행객들이 볼 수 있도록 망원경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저수지 탐방로에 들어서면 억새가 지천이다. 억새 군락은 인간과 자연을 나누는 경계처럼 저수지와 제방 사이를 따라 이어진다.

주남저수지에는 천연기념물 제203호 재두루미를 비롯해 큰고니 등 10여 종 1만5000여 마리의 철새가 찾아와 겨울을 나고 있다. 큰기러기, 쇠기러기, 고방오리, 흰뺨검둥오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랑부리저어새 등도 이곳을 찾는다. 탐방로 중간쯤에 탐조대가 있다. 2층은 주남저수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탐조 공간이다. 백월산의 자태와 어우러진 저수지가 그림처럼 다가온다. 저수지 한가운데 버드나무가 풍경을 더한다. 이곳에 철새가 가장 많이 모여든다.

연못에 몸을 맡긴 철새들은 쉴 새 없이 자맥질한다. 물 위를 나는 새들은 화려한 비행을 펼친다. 철새 구경을 하다 보면 잠시나마 한겨울 추위도 잊게 된다. 주남저수지에선 해가 산 너머로 사라진 뒤 하늘이 불타오르기 시작할 때가 절정이다. 일몰 전 점점 붉어지는 햇빛이 수면에 반영되고 그 빛을 받은 억새는 금빛으로 빛난다. 붉게 화장한 구름이 하늘을 장식한다. 시시각각 붉음의 농도가 달라지다 주위가 점차 어둑해지면 논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새들이 보금자리를 찾아 이동한다. 비행 편대처럼 대열을 이룬 모습이 하늘을 가른다. 가창오리 등 수십만 마리의 철새들이 군무를 펼치는 모습은 황홀함 그 자체다. 어둠이 찾아들면 화려한 한 편의 쇼는 마무리된다.

재두루미 쉼터에서 보면 주남저수지의 장쾌함이 느껴진다. 저수지 너머 서 있는 산 덕분에 거대한 산중 호수처럼 보이기도 한다. 남쪽으로는 아홉 마리 용이 산다는 구룡산이 뻗어 있고 정면으로는 백월산이 솟아 있다.

철새 사진을 찍으려면 초점거리 최소 200㎜이상의 망원렌즈와 삼각대를 갖추는 게 좋다. 새는 일출 직후와 일몰 직전에 이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이때가 촬영 적기다.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구경하거나 촬영하기 위해 돌을 던지는 등의 행위는 우리 주변에서 영원히 새를 쫓는 행위로 절대 금물이다.

주남수문에서 주천강을 따라 걸으면 ‘주남돌다리’를 만난다. ‘주남새다리’라고도 불리는 이 다리는 동읍 판신마을과 대산면 고등포마을을 잇는다. 800여년 전 마을 주민들이 인근에 있는 산에서 길이 4m가 넘는 돌을 옮겨와 다리를 만들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현재 다리는 남아 있던 바위로 1996년 복원한 모습이다. 반듯반듯하게 정리한 대산평야에서 그나마 자연의 멋을 간직하고 있다.

주남저수지 부근에는 최근 크고 작은 카페가 들어섰다. 간단한 식사를 하거나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도 좋다. 전망 좋은 창가에 앉아 그윽한 커피향을 맡으며 철새들의 비행도 감상할 수 있다. 주남저수지 입구에 위치한 ‘커피여행·파스타여행’에서 식사와 휴식을 함께 할 수 있다.

주남저수지 주변에는 오리 요리를 하는 집이 많다. ‘오리궁’은 오리로스, 오리훈제, 오리탕 등을 낸다. 오리훈제는 참나무를 이용해 120∼130도로 25분 정도 구워 기름기가 없고, 참나무 향을 그대로 간직한다. 얼큰한 오리탕도 별미다.

주남저수지에서 철새를 보느라 추위에 떨었다면 가까운 마금산온천을 찾아 몸을 녹이자. 소금기를 함유한 식염천이 혈관을 확장하고 체온을 높여준다. 치료·요양·휴양이 되는 보양온천으로 국가 인정을 받은 곳이다. 숙박이 가능한 온천 업소를 포함해 10여 곳이 운영되고 있다. 노천탕 시설을 갖춘 곳도 있다.

창원=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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