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스포츠] 한반도 평화 무드 ‘활활’ vs 엘리트 스포츠의 ‘치부’ 기사의 사진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코리아’의 남측 최지연(왼쪽)과 북측 황충금이 지난해 2월 2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7-8위 순위결정전을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남북 선수단이 지난해 2월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공동 입장하고 있는 모습. 국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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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은 전면전 위기로 치닫던 한반도를 일거에 ‘평화 무드’로 바꾼 역사적인 드라마였다. 정치·외교·군사적 화해와 대화를 이끌어 냈다. 스포츠가 가진 소프트 외교의 저력을 증명했다. 엄청난 경제 유발 효과에다 인프라 구축 등 다방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했다. 반대로 올림픽이 끝난 뒤 경기장 사후 관리라는 문제가 남아 있다. 성적 지상주의, 성폭행 등 숨겨진 체육계 민낯들이 속속 드러나며 엘리트 스포츠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평화·한민족 중요성 일깨운 평창

지난해 2월 9일부터 25일까지 17일 동안 펼쳐진 제23회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전세계 92개국에서 선수와 임원 6500여명을 비롯해 약 5만5000여명이 참가했다.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올림픽 현장을 찾아왔다. 전 세계 인구 약 75억명 중 50억명이 TV와 현장에서 평창을 지켜봤다. 세계 최대의 겨울 축제였다.

대한민국 대표팀도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을 따내며 사상 최다 메달을 수확했다. 종합 7위에 올랐다. 은메달을 딴 여자 컬링팀은 단숨에 평찰 올림픽의 최고 인기팀으로 발돋움했다.

무엇보다 한민족의 위력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감동은 현재진행형이다. 평창올림픽 약 6개월 뒤에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여자 농구, 카누 용선, 조정 등 3개 종목에서 단일팀이 결성됐다. 카누 용선에서 단일팀 사상 첫 금메달을 수확한 것을 비롯,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땄다. 여자 농구팀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7월 2018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에선 장우진과 차효심(북한)이 혼합복식조로 출전해 우승을 목에 걸었다. 일회성 보여주기식 남북 단일팀이 아니라 성과까지 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선 더 많은 종목으로 단일팀이 확대될 예정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 결과 평창올림픽의 경제적 직접 효과는 생산 30조8900억원, 부가가치 10조7929억원, 고용 창출 23만2000명이었다. 또 첨단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 구축, SOC(사회간접자본) 건설을 통한 강원도 관광 수요 확산의 전기를 마련했다. 빚 없는 올림픽을 넘어 대한민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평창올림픽이었다.

요원한 경기장 활용 문제

그러나 평창올림픽 이후 남겨진 과제도 만만치 않다. 경기장 활용 문제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해 12월 새로 신설 또는 보수된 13개 경기장 관리 주체는 대부분 선정됐다.

하지만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자원 보호구역이라는 명목으로 시설을 철거하고 전면 산림으로 복원하겠다는 산림청 입장과 존치해달라는 군민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관리 주체는 정해졌지만 지금까지 유지와 보수 수준의 논의에만 그치고 있는 것이다. 무엇으로 이 경기장들을 채워 나갈지는 아직 뚜렷한 프로그램들이 정해지지 않았다. 장기적인 경기장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 다양한 국제 경기 유치는 물론이고 4계절 내내 활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기장 활용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평창올림픽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인 ‘평화’를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방안을 더욱 치밀하게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요 국제대회 때만 남북 단일팀 문제를 논의하는 형식이 아닌 민간 차원의 지속적인 교류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 공동훈련이나 지방자치단체 결연, 남북 체육지도자 상호 방문, 스포츠용품 및 시설 지원 등 다방면에서 남북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 주도가 아닌 스포츠계가 앞장서 제도화와 정례화를 이끌어야 할 때다.

엘리트 체육의 치부 드러나

국민적 사랑을 받은 여자 컬링 ‘팀킴’은 사실은 한국 엘리트 체육계의 악습을 안고 있었던 병자였다. 올림픽 이후 팀킴의 폭로로 드러난 감독단의 전횡, 폭언과 욕설, 불투명하게 사용돼온 상금과 후원금 문제 등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과제로 남았다.

올림픽 기간 중 벌어진 여자스피드스케이팅의 분열상은 엘리트 스포츠에 찌든 체육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평창올림픽 훈련 기간에도 자행됐던 쇼트트랙 간판 심석희 선수에 대한 폭행 및 성폭행 사례는 스포츠 강국이라는 미명 하에 자행된 권력 폭력이나 다름없다.

금메달만을 원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선수 개인의 노력을 존중하며 결과보다 과정에 박수를 보내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성적 만능주의를 버려야 할 때다. 성적을 이유로 인권이나 기준과 원칙을 희생시켜서 안 된다는 교훈을 평창올림픽은 남겼다. 이제는 스포츠 강국이 아닌 선진국 스포츠로 도약해야 한다는 교훈을 평창올림픽은 말해주고 있다.

김영석 선임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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