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 잃었다면 그냥 슬픔 받아들여라” 기사의 사진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을 쓴 스웨덴 작가 톰 말름퀴스트는 “책 제목은 영국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문장 ‘우리는 그저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모든 순간들에 살아있다’에서 따왔다”고 했다. 다산책방 제공 ⓒViktor Gardsater
“당신이 만약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면 그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의 스웨덴 소설가 톰 말름퀴스트(41)는 2012년 아내 카린과 사별했다. 임신 중이던 카린은 급성 백혈병 발병으로 제왕절개 수술로 딸을 낳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딸이 태어난 해는 아내가 떠난 해가 됐다. 기쁨과 슬픔이 어지럽게 뒤섞이던 시간이었다.

말름퀴스트가 이 시간을 기록한 장편소설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다산책방)이 최근 국내에 출간됐다. 그는 7일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 엄청난 슬픔은 절대 멈추지 않는 멜로디와 같다. 그저 매일매일 그 슬픔의 정도가 다를 뿐이다. 누군가를 잃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냥 받아들이라고 말할 것이다.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예정일보다 훨씬 일찍 태어난 딸 리디아는 세상 밖으로 나오자마자 인큐베이터로 들어갔고, 아내는 백혈병 치료를 받다 끝내 숨졌다. 이 소설은 아내를 잃고 딸을 돌보는 자신의 모습을 1인칭 시점으로 써 내려간 작품이다. 세밀한 묘사와 감정을 절제한 문체가 돋보인다.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됐고 전 세계 20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그는 “딸과 지인들에게 내가 배우자를 잃음과 거의 동시에 아버지가 된 상황을 들려주고 싶었다”면서 “고통과 슬픔뿐만 아니라 기쁨이라는 감정까지 강조하기 위해 내게 있었던 일을 사실적으로 기록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말름퀴스트는 아내에게 딸의 체취를 전하기 위해 아기의 담요를 가져다 놓기도 했다. 그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딸은 빈사 상태였던 카린의 몸에서 나왔다. 그것은 인간이란 존재가 궁극적으로 ‘삶과 죽음’으로 요약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디아는 인큐베이터에 누워 있고 카린은 심폐 펌프에 의존해 숨을 쉬었다. 슬픔과 행복, 두려움과 분노라는 모든 감정이 올라왔다”고 했다. 그는 책을 쓰면서 아내에 대한 사랑과 상실의 슬픔을 다시 느꼈다.

그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말름퀴스트는 “사랑은 사람이 아니다. 사랑은 우리의 몸속에서 유래하는 힘이다. 사랑은 죽을 수 없고 단지 흘러가 새로운 대상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딸에게 아내를 닮은 점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딸에게서 카린의 흔적을 찾아내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 슬픔을 딸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또 아내가 사라진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다. 리디아는 리디아”라고 강조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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