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루한 간이침대 생활… 평생 환자만 돌봐 온 진정한 의사였다” 기사의 사진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의 생전 모습. 중앙응급의료센터 웹사이트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한덕이는 원칙주의자이며, 해야 될 일이 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하는 스타일이었다. 평생을 그렇게 해 왔다.”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과 5년간 수련의 생활을 함께 한 허탁(55·사진) 전남대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7일 “고인과는 응급의료 관련 일을 평생 같이 한 동지”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허 교수는 전남대 의대 82학번으로 고인의 4년 선배다. 그는 “전남대에서 레지던트 4년과 전임의(fellow) 1년 등 5년 동안 응급의학과 수련의 과정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내가 기억하기로 그는 매일 밤낮없이 환자를 돌봤고 당시 다른 의료 분야보다 열악한 응급실 문제에 대해 수없이 울분을 토로했다”면서 “응급실에서 몇 명의 환자를 잘 치료하기보다 응급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는 선진국형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서로 공감했다”고 말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고인은 원칙주의자이자 이상주의자였다. 허 교수는 “현실과 타협하라는 제안을 거부하고 일생을 선명하게 살아 왔다”면서 “현실보다 한 발짝 정도 앞서 가라고 말했지만 그는 세 발짝 앞을 그리며 정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런 열정 탓에 고인이 집에 머무른 시간은 1주일에 일요일 저녁 몇 시간뿐이었다고 한다. 허 교수는 “일도 중요하지만 본인 건강도 챙기고 가족도 좀 생각하라고 수없이 충고했지만, 잘 듣지 않았다”고 했다.

윤 센터장은 지난 4일 오후 6시쯤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 사무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책상 앞에 앉은 자세였다고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심장마비로 결론났다.

윤 센터장은 연휴 기간 ‘응급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초과근무를 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에게 명절 연휴는 그야말로 ‘비상’이었다. 추석 연휴가 열흘간 이어진 2017년엔 페이스북에 “연휴가 열흘, 응급의료는 그것만으로도 재난”이라고 적었다. 4일부터 윤 센터장과 연락이 두절됐지만 가족들은 크게 괘념치 않았다고 한다. 평소에도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서다.

환자 이송 지연 문제를 해소한 ‘응급환자 이송병원 안내 서비스’와 ‘닥터헬기’라 불리는 응급의료 전용 헬기의 본격 도입, 응급진료 정보를 수집하는 ‘국가응급진료정보망’ 모두 윤 센터장 노력의 결과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추모 글을 올리고 “사무실 한편에 오도카니 남은 주인 잃은 남루한 간이침대가 우리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한다. 숭고한 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례는 국립중앙의료원장으로 진행된다. 영결식은 10일 오전 9시 치러진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김영선 이사야 기자 twmin@kmib.co.kr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