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미술대상 수상 김준 “우리 사회 둘러싼 온갖 소음, 미술로 보여주고 싶었다” 기사의 사진
“시각 공해보다 소음 공해가 더 괴로운 거예요. 그러니 층간 소음으로 살인까지 일어나지요.”

2019년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자 김준(43·사진) 작가가 보여주는 것은 ‘랜드스케이프’(땅의 풍경)가 아닌 ‘사운드스케이프’(소리의 풍경)이다. 3명의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대상의 영예를 안은 건 시각매체로서의 미술을 청각매체로 확장한 기여를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김 작가를 10일 전화 인터뷰했다. 그는 “듣기 싫은 걸 강제로 듣게 되는 게 소음이다. 그런 소음이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고 생각해 이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 ‘상태적 진공’은 소음을 극명하게 체감하게 하는 퍼포먼스형 설치 작품이다. 서울 명동과 서울역 등지에서 한낮에 채집한 소음을 가장 고요한 시간에 들려주기 위해 세운상가 앞에 ‘사운드 부스’를 설치하고 새벽 3~4시에만 신청한 이들에게 듣도록 했다.

“우리는 정치 집회의 확성기 소리, 유사종교의 포교 활동 소리 등 온갖 소음에 둘러싸여 살아요. 그럼에도 잘 느끼지 못해요. 애써 무시하기 때문이지요. 새벽에 낮을 지배한 그 소리들을 들으면 몸의 온 세포에서 감각되고 우리가 이런 시대에 살고 있구나, 느끼게 되는 거지요.”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송은아트스페이스에는 송은미술대상전 후보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김 작가는 세운상가 앞에 소리 부스를 설치했던 영상을 보여주면서 소리 부스도 전시장에 재현했다. 또 다른 작품 ‘에코 시스템: 도시의 신호, 자연의 신호’는 서울 런던 시드니 베를린 등 도시 공간뿐 아니라, 뉴질랜드 남섬, 한국의 지리산 등 자연환경의 소리를 전시장에 거대한 큐브처럼 설치한 구조물 안에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들을 수 없는 파장도 청각화했다. 지질학자들이 쓰는 ‘콘택트 마이크’를 사용해 제주의 암석이 내는 파장을 소리로 구현하는 식이다. 각각의 소리를 스피커와 함께 서랍 속에 넣어 원하는 소리를 꺼내 듣는 재미도 준다.

김 작가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독일 베를린예술대학에 유학한 뒤 사운드설치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송은미술대상은 ㈜삼탄이 세운 송은문화재단이 신진 작가 육성을 위해 시상하는 제도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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