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보수, 호남서도 지지 얻을 수 있나 기사의 사진
8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쉐르빌호텔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2019년 의원 연찬회에서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제공
바른미래당이 지난 8~9일 의원 연찬회에서 당의 정체성을 놓고 끝장토론을 벌였지만 간극만 확인한 채 돌아섰다. 선명한 보수 정체성 확립을 통한 내부자강을 주문한 유승민 의원과 민주평화당과의 규합으로 외연 확장을 꾀하는 호남 중진 의원들이 강하게 대립하면서 향후 상당한 내부 진통을 예고했다.

유 의원은 지난해 창당 당시 강령인 개혁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결합 명분을 세워 평화당과의 통합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냈다. 그는 “보수도 진보도 다 좋다며 둘 다 아닌 애매한 입장으로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동철·박주선 등 호남 중진 의원들은 해묵은 이념논쟁이 아닌 당 외연 확대가 중요하다는 주장을 펴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진보 진영 지역인 호남에서 보수 정체성을 강조할 경우 다음 총선을 기약할 수 없다는 우려 탓이다.

유 의원은 ‘호남 의원들에게 보수 정체성이 부담일 수 있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영남은 보수고, 호남은 진보다’라는 그런 생각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호남에도 문재인정부의 국정 운영에 비판적인 분이 많다. 그런 분들께 대안을 제시한다면 호남에서도 무조건 보수라고 싫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손학규 대표의 “한국 정치지형에서 보수·진보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영남은 보수고, 호남은 진보인 것”이라는 발언을 반박한 것이다. 유 의원이 지역기반 정치를 넘어선 가치기반 정치를 강조하며, 연찬회는 호남에서도 보수정치가 통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남겼다.

유 의원의 입장은 향후 당내에서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광주에 지역구를 둔 권은희 의원은 토론 당시 “개혁보수 노선을 지지하고, 이 노선으로 광주에서 승리하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의원은 “광주에서는 자유한국당이나 우리 당이나 다르지 않다”며 “유 의원의 노선을 수용하는 게 역설적으로 한국당과의 차이를 만들고 승리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평화당과의 통합 논의는 바른정당계는 물론이고 대다수 국민의당계까지 반대하면서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지도부는 정체성 간극을 좁히기 위해 중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10일 “유 의원 입장을 수용해 ‘개혁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결합’이라는 창당정신을 명시화하되 당내 진보 세력이 잔존하는 만큼 유 의원이 직접 ‘당 현실을 감안해 그들도 안고 가겠다’는 공식 발언을 하도록 중재안을 내려 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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