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2차 실무회담서 비핵화-상응조치 목록 작성할 듯 기사의 사진
한 시민이 9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베트남 하노이로 결정됐다는 TV뉴스를 보고 있다.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7~8일 평양 실무접촉을 통해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갖기로 최종 합의했다. AP뉴시스
마지막 빈칸으로 남아있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지가 베트남 수도 하노이로 최종 결정된 것은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는 식으로 양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27∼28일 열리는 정상회담까지 16일(11일 기준)이 남은 만큼 북·미는 상대방으로부터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치열한 의제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회담장소를 북한에 사실상 양보한 미국으로선 회담 의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미는 다음 주 베트남 하노이에서 추가 실무협상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북·미가 17일이 시작되는 주에 아시아의 제3국에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주일 전쯤에 열리는 것이다. 양측은 회담 장소인 하노이에서 막바지 실무협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변인은 지난 6~8일 평양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과 관련해 “무엇을 주고받을지 알아보는 협상이라기보다는 서로 요구하는 것들을 아주 구체적으로 빠짐없이 터놓고 얘기하는 유익한 기회였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9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을 각각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한과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있지만 양측 모두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설명과 비건 대표의 발언을 종합하면 미국은 지난해 폐쇄한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영변 핵시설의 폐기, 영변 외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 폐기도 촉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북한은 대북 제재 완화를 강조하면서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논의,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을 거론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북·미가 평양 협상에서 이런 조치들을 연결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북·미는 추가 실무협상에서 비핵화와 상응조치 간 교환 목록 작성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보상으로 제재 완화보다 체제 보장을 제안하는 쪽으로 협상 방침을 바꿨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미국은 1월 스웨덴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까지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의 재개를 유엔 제재의 예외 조치로 인정해 달라는 북한의 요구에 긍정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제재 완화는 한번 허용하면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힘들기 때문에 입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미국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검증,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의 사찰과 검증을 조건으로 북한에 체제 보장과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체제 보장 방안으로 종전선언과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가 거론된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해 철회가 가능하며 연락사무소도 상황에 따라 철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의 이런 제안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좌우될 수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망했다.

미국이 하노이 개최를 양보한 배경에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미·중 정상회담까지 고려해 하노이보다 국제적 도시인 다낭을 선호했으나 미·중 회담이 무산되면서 하노이 요구를 들어줬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권지혜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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