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송길원 (15·끝) “내 마지막까지 손잡아 줄 사람 사랑하고 사세요”

내가 감사할 사람이 한둘일까…오늘의 나는 아내 덕분이다 다짐한다, 그녀를 배신 않겠다고

[역경의 열매] 송길원 (15·끝) “내 마지막까지 손잡아 줄 사람 사랑하고 사세요” 기사의 사진
송길원 목사가 지난해 11월 경기도 양평 ‘W-스토리’ 포토존에서 아내 김향숙 하이패밀리 공동대표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언젠가 죽음 앞에서 내뱉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 “나를 올라온 높이로 재지 말고, 헤쳐 나온 깊이로 재 주십시오.”

사람들은 백조의 우아한 모습만 본다. 물밑에서 수없이 하는 백조의 발길질을 모른다. ‘W-스토리’를 건축하면서 우울증이 찾아와 자살 충동도 느꼈다. 어디론가 지구촌 구석에 숨어버리고 싶었다. 땅끝에라도 숨고 싶다던 욥의 마음이 이해됐다. 그때마다 붙잡은 말씀이 있었다.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여호와께서 하시는 일을 선포하리로다.”(시 118:17~18) 그리고 배운 인생 교훈이 있다. ‘소망은 고난보다 장수한다.’





감사할 사람이 한둘일까. 내 삶의 분수령이 되어준 고 김용기 장로님, 땅을 기부해 준 최송희 권사 가족, 어려울 때마다 기도로 뒷받침해주는 성영희 황재경 권사, 한결같이 함께해 준 임용우 목사, 정상배 회장, 송평훈 대표, 주양원 장로…. 어두운 밤길 걸을 때 터벅터벅 함께 가준 이들이다.

누군가가 말했다. 죽은 이의 관을 들려면 네 사람이 필요하다고. 살아있는 나를 위해서도 네 명의 친구가 필요하다고. 나는 4명의 몇 배가 되는 절친한 친구들이 있다. 미국에 사는 장범, 최병렬, 장세규, 같은 길을 걷고 있어 늘 가슴이 뜨거운 최일도, 박성민, 투병 중인 강성대, 늘 싱거운 소리로 웃음을 주는 남우택, 시에라리온의 성자 이순복. 또 있다. 한결같이 변함없는 김병태, 아침마다 나에게 신선한 삶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이동춘, 김재평.

언제나 막다른 골목에서 나를 견인해 준 것은 내 아버지와 어머니다. 그들은 새벽마다 막무가내로 화살기도를 하신다. ‘내 아들 송 목사는 교인 하나 없이 일했던 것 알지 않습니까?’

나는 자주 묻는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족은 그의 선물(Family, His Gift)이다.” 가정사역자로서 고백이라고? 아니다. 가정사역자가 아니었어도 이 고백을 했을 것이다.

난 지금도 여전히 실패하며 산다. 그때마다 꺼내 드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어느 날 좌절해 울고 있을 때 보내준 아들의 편지다.

“수고하신 아빠에게. 어젯밤 미국 농구(NBA) 결승전 시리즈를 봤어요. 응원하는 팀이 졌습니다. 그들은 골대에 공을 넣으려고 미친듯한 집중력을 발휘했습니다. 다리에 쥐가 나고, 피가 흐르고, 심지어는 심판의 오심까지 뛰어넘어 앞만 보고 달려갔습니다. 진정한 승리란 우승 반지가 아닌 가족, 그리고 팬들의 사랑과 관심이라는 것을. 자신의 커리어에 최선을 다했다는 본인의 만족감, 그리고 삶의 원동력이 되는 또 다른 희망에 감사할 수 있음이.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에 순응할 수 있는 아빠의 모습에 반했습니다. 아들 올림.”

오늘의 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내 덕분이다. 수시로 아내의 편지를 읽는다. 그리고 다짐한다. 그녀를 배신하지 않아야겠다고.

“스승의 날에. 당신을 기억합니다. 갱년기의 팽창한 자아가 혼자 자란 듯 잘난 척하며 당신의 수고를 망각할 때도 당신은 여전히 아내를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때로 신기합니다. 어찌 그럴 수 있는지…. 때로 미안합니다. 어찌 그런지….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줘서. 길게 오래 살아주십시오. 받은 은혜보다 갚을 은혜가 더 많습니다. 길게 오래 살겠습니다. 그래서 착하고 선한 당신을 즐기며 더 닮고 싶습니다. 나의 스승이자 영원한 멘토인 송길원에게 아내 김향숙 드립니다.”

“집과 재물은 조상에게서 상속하거니와 슬기로운 아내는 여호와께로서 말미암느니라.”(잠 19:14) 그래서 늘 사람들에게 이른다. 내가 눈감을 때 마지막으로 손잡아 줄 그 사람을 사랑해 살라고.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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