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혐의만 47개… 양승태, 檢조사 한달 만에 구속기소 기사의 사진
양승태(71·얼굴) 전 대법원장이 11일 재판에 넘겨졌다. 전현직을 막론하고 ‘사법 수장’이 피고인으로 재판대에 서는 것은 사법부 71년 역사상 처음이다. 2년 전 법원 내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제기를 시작으로 사법부를 뒤흔들어 온 ‘사법농단 사태’는 결국 검찰 손에 의해 최종 책임자인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공전자기록 등 위작, 위작공전자기록 등 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을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1일 검찰에 출석해 첫 조사를 받은 지 정확히 한 달 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및 법관 인사 불이익 등 일련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직접 개입하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한 개별 혐의만 47개다. 공소장 분량은 296쪽이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사건에서 재판 지연 방안 문건 작성을 지시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가 대표적이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행정소송,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및 지방의원 지위 확인 행정소송 등 재판에도 개입한 혐의가 있다.

‘법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는 2013~2017년 정기 인사에서 총 31명의 판사를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문책성 인사조치를 검토하는 등 인사 불이익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가 적용됐다. 실제로 8명의 판사에 대해선 인사 원칙에 반하는 인사조치를 한 혐의도 있다. 또 공보관실 운영비로 3억5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도 받는다.

검찰은 박병대(62)·고영한(64) 전 행정처장(대법관)도 이날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들도 각종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에 반대한 특정 법관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실행토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형사사법 정보 시스템에 19차례 무단 접속해 고교 후배의 형사사건 진행 상황을 알아본 혐의도 받는다. 사법농단 의혹의 ‘중간 책임자’로 지목돼 지난해 11월 처음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60) 전 행정처 차장도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됐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등을 기소하면서 사법농단 의혹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나름대로 (수사에) 최선을 다했다”며 “법과 상식에 맞는 최종 결과가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법관 가운데 추가로 재판에 넘길 대상을 추려 이달 중 기소할 예정이다. 또 양승태 사법부에 재판 관련 청탁을 한 의혹을 받는 전현직 국회의원 등에 대해선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결정한 뒤 기소 여부를 검토해 사법농단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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