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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의 인사이트] 잠룡들의 거짓말 그리고 음모론

[이명희의 인사이트] 잠룡들의 거짓말 그리고 음모론 기사의 사진
폭행 사건에 연루된 한 방송사 사장이 로펌 2곳의 10명에 이르는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고 한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장면이다. 힘깨나 있는 유력 인사들의 위기 대응 매뉴얼은 어쩌면 이리 똑같을까.

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진위 여부를 떠나 언론이 후속 보도를 하지 못하도록 소송 운운하며 재갈을 물리는 것이다. 어김없이 음모론도 등장한다. 음모론의 단골 공장인 방송인 김어준씨는 “○○○ 사건의 본질은 누군가 걸림돌이 되는 손을 제거하려 하는 것”이라며 “○○○가 없어지길 바라는 세력이 너무 많다. 그중 1위는 삼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직접 연결되고 이 부회장이 다시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사건인데 신뢰도 높은 이 방송사가 이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폈다. 민간인 간의 단순 폭행 사건이 이렇게 거창하게 비약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음모론으로 사건의 본질을 덮거나 희석시키려는 의도일 것이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는 경찰 수사를 통해 가리면 될 터인데.

김씨는 지난해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차기 대선주자나 문재인정부 인사들의 미투(#Me too) 사건이 터졌을 때도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는 “안희정(전 충남지사)에 이어 봉도사(정봉주 전 의원)까지, 이명박 각하가 (보도와 관심에서) 사라지고 있다”며 “그 이유는 미투를 공작으로 이용하고 싶은 자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누구보다 정의를 앞세우던 인사들도 본인이 정의롭지 않은 일에 연루될 때면 범인(凡人)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하다. 대범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미투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김지은씨에게 정말 죄송하다.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며 재빨리 사과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도 법정에서는 다른 말을 했다.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는 변호인이 대독한 입장문을 통해 “진실을 외면한 재판부 결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다시금 진실을 향한 긴 싸움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특수관계 등을 운운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적폐 판사의 보복 판결”이라며 연일 판결 불복을 선동하고 있다. 같은 판사가 2년 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 등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와 공천 개입 재판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할 때는 “인과응보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던 민주당이다.

“2017년 대선 댓글부대 진짜 배후가 누군지 알아? 깨끗한 얼굴 하고 뒤로는 더러운 짓 했던 이들”. 지난해 3월 드루킹이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 했던 이 말을 복기해 보면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는 삼척동자도 짐작할 것 같다. 당시 민주당 소속의 김 의원은 드루킹 의혹을 보도한 기자들을 고소하며 추가 의혹 보도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차라리 댓글 조작사건이 이번 정권에 터진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다음 정권에서 지금처럼 적폐청산한다고 또 몇 년을 허비했을 것 아닌가. 아직 서슬 퍼런 정권 3년차에 대통령의 복심에 실형을 내리는 것은 사법부가 정권의 충견 노릇에서 벗어나고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건강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당시의 촛불민심을 까맣게 잊고 대선 불복 움직임을 보이는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었다.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너무 쉽게 하는 세상이다. 거짓이 일상화되고 정직이나 진실이라는 가치가 희귀해진 요즘이다. 정치인의 말은 한국사회에서 더욱 신뢰를 잃고 있다. 오죽했으면 정치인 스스로 정치인이 공개석상에서 3번 이상 거짓말을 하면 퇴출시키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하자고 했을까. 성경은 거짓을 삼갈 것을 명하고 하나님이 거짓을 심판한다고 가르친다. “거짓 입술은 여호와께 미움을 받아도 진실하게 행하는 자는 그의 기뻐하심을 받느니라.”(잠언 12:22) “거짓 증인은 벌을 면하지 못할 것이요, 거짓말을 하는 자도 피하지 못하리라.”(잠언 19:5)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못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종교국 부국장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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